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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제이 Nov 09. 2019

유네스코 루트

- 이탈리아 2편

다빈치 ‘최후의 만찬’과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찌에 성당 (밀라노 시내; 유네스코 문화유산 #93)


우리에게 ‘최후의 만찬’으로 잘 알려진 Cenacolo Vinciano(다빈치의 다락방)와 산타마리아 델라 그라찌에 성당이 유네스코에서 보존하여야 하는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사연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시다시피 이탈리아 지역은 2차 대전 때 파시즘의 중심에 서있었고, 이에 따라 연합군의 폭격을 맞아 밀라노 지역은 쑥대밭이 되었는데, 이 와중에 산타마리아 성당도 폭격에 맞았고, 최후의 만찬 벽화가 있던 성당 식당도 상당 부분 훼손되어 벽화 부분도 일부 손실이 있었다.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찌에 성당 전면(파사드)과 안뜰 모습

이에 따라 엄청난 부분의 벽화 복원사업을 진행하였고, 지금 있는 부분 중 일부는 색깔이 덧입혀져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최선을 다해 이 성당과 벽화를 복원하는 데는, 이 작품의 완벽한 구도와 Storytelling,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벽화 완성작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닐지라도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제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너희 중에 한 사람이 나를 팔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은 많이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이 그림은 바로 그 예수의 말 직후 시점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림을 살펴보자.

중앙에 예수가 앉아 있고, 총 12명의 제자가 4개의 그룹으로 3명씩 앉아 있다. 모든 구도는 피보나치수열과 황금분할의 비율에 맞게 구성하면서도 각각의 인물을 특성을 잘 묘사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바톨로매, 작은 야고보, 안드레 그룹이 있다. 바톨로매는 성경에서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역사적으로 마지막까지 선교활동을 하다가 온 살갗을 벗겨 죽는 참수를 당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는 그림에서는 유일하게 전신이 다 드러나게 그려져 있다. 작은 야고보는 흔히 알패오의 야고보라고 불리는데, 평생을 ‘무명’ 제자로 살았다고 하는데 그림에도 역시 소심하게 놀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안드레는 두 손을 펼 쳐들며 그야말로 깜짝 놀라고 있다. (안드레는 또 다른 제자인 베드로의 형제이다.)

바톨로매, 작은 야고보, 안드레

그 이후 가룟 유다, 베드로, 요한 그룹이 있다. 유대교의 제사장들에게 예수를 판 것으로 유명한 가룟지방 사람 유다는 그림내에서 유이(바톨로매, 가룟 유다)하게 손을 테이블 위에 얹고 있는 사람인데, 이는 성경에서 “나를 파는 자의 손이 나와 함께 상 위에 있도다”라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돈 주머니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그가 돈을 받고 스승을 팔 것이라는 암시로 보인다(다른 학설에서는 가룟 유다가 공금관리를 하고 있었다고도 함). 베드로는 예수의 제1제자로 일컬어지며, 가톨릭에서는 제1대 교황으로 모시고 있다.(로마의 바티칸 대성당에 그 묘가 있음). 그림에는 베드로가 손에 무기인 칼을 들고 있는데, 결국 이 칼로 예수 체포될 당시에 극렬히 저항하며 체포하러 온 군사의 귀를 자르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요한은 ‘다빈치 코드’에서는 의문의 인물로 여자가 아니냐고 의심을 하기도 했을 만큼 여성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제자 중에 큰 야고보와 형제 사이이고, 그들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와서 예수가 왕에 오르면, 오른편과 왼편에 앉도록 해달라고 청했다. 그래서인지 예수를 중심으로 오른편에 요한, 왼편에 큰 야고보가 위치하고 있다.

가룟유다, 베드로, 요한

예수의  왼팔 옆쪽으로 도마, 큰 야고보, 빌립 그룹이 있다. 도마는 향후 예수 부활 후에 예수의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고 확인해 볼 만큼 의심이 많았다. 아마도 그런 연유에서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고 큰 야고보가 앉은 좌석을 넘어 예수의 곁에 가까이 몸을 기울여 있다. 큰 야고보는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라도 불리는데, 나중에 스페인까지 가서 선교를 했다고 한다. 순례길로 유명한 스페인의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무덤이 있다. 사실 산티아고라는 이름이 Sant  Iago(성 야고보)라는 뜻이다. 빌립은 매우 논리적인 사람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때문인지 예수를 향해 누구인지 말해달라는 간청하는 손 모습을 하고 있다.

도마, 큰 야고보, 빌립

마지막 쪽으로 마태, 유다 다대오, 시몬 그룹이 있다. 이 3명은 “우리 중에서 이 일을 할 자가 누구일까”하고 서로 간 대화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태는 세리(세무공무원) 답게 꼼꼼히 따지는 듯한 인상을 보여주고, 유다 다대오는 예수에게 “주여 어찌하여 자기를 우리에게는 나타내시고 세상에는 아니하려 하시나이까?”라는 논리적인 질문을 했을 만큼 똑똑한 사람답게 옆에 있는 제자들과 의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자 시몬은 이스라엘 민족주의 정당인 열심당(Zelotes) 출신으로 예수가 이스라엘을 로마의 지배에서 해방시켜줄 것으로 생각하고 제자가 된 사람이다. 그림상에서는 ‘이게 무슨 일인가?’하고 놀라면서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태, 유다 다대오, 시몬

이 그림은 1495년부터 1497년의 약 3년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빈치는 이 그림을 그릴 때, 벽화의 일반적인 방식인 젖은 벽에 안료를 칠하고 마른 다음 다시 그리는 방식으로 그린 것이 아니고, 마른 벽에 직접 템페라 물감과 유화 물감으로 직접 그렸다고 한다. 이에 따라 색이 다른 벽화에 비해서 빨리 말라버렸다고 한다. 오늘날 보고 있는 많은 색깔 부분은 고화 복원방식에 의해 1977년부터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작품이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와 함께 다빈치의 대표작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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