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생각나는 날
이사를 했다.
앞으로 정착하게 될 새로운 곳으로
그러나 낯설지 않다.
늘 출장길에 지나던 그 길 옆이라 친숙하다.
이사 한 첫날 달콤한 잠을 잤다.
오랜만에 느껴본 개운 함이랄까?
무슨 이유인지?
땅의 기운이 좋은 건지?
방마다 쌓여있는 옷가지와 아이들 물건들이 상자 속 그대로 담겨 있다.
새로 주문한 가구들이 와야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기에
그냥 그대로 둔다.
오늘이 생일이다.
예전 같으면 어제나 아침쯤 미역국은 먹었느냐고 엄마가 전화를 했을 텐데...
맛있는 미역국을 먹으면서 잠잠한 휴대폰만 바라본다.
예전 같으면 이삿짐 정리하느라 고생한다, 애들은 전학 간 학교에 적응은 잘하냐 등
일상의 안부를 물어봐주었을 텐데...
난 요즘 그런 사소한 일상의 안부를 물어주는 엄마가 그립다.
남도에는 동백이 피었다는데
나는 동백처럼 한순간 우리 곁을 떠난 엄마가 생각이나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런 예고 없이 한순간 뚝 하고 떨어지니...
엄마를 생각하다 아빠를 걱정하게 된다.
식목일에 엄마 산소에 나무 심기로 했는데 그날 나는 무슨 나무를 심을까?
아빠는 오늘도 엄마 산소를 다녀왔을까?
시골에 갈 때면 엄마 산소를 가지만, 아빠는 한 번도 같이 가시지 않았다.
아빠의 어떤 마음일까? 함께 가면 아빠의 마음을 들킬까 봐 애써 외면하시는 건지도...
동네분들 말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아빠는 엄마 산소를 다녀가신다고 한다.
아빠는 엄마랑 무슨 말씀을 나누었을까?
아마도 아빠도 사소한 일상을 나누고 계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