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권력
다음주, 드디어 기대했던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가 개봉한다. 드라마 홈페이지에 나온 기획의도는 교도소에서 일해보거나, 교도소를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어디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정답은 교도소이다.
9시 뉴스의 장본인이 된 재벌과 정치인, 연예인과 직업이 범죄자인 개털들까지
매일 법 없이는 살 수 없는 6만 명의 범죄자로 넘쳐나는 곳.
법보다는 주먹이 가깝고, 염치보다는 영치카드에 찍힌 통장 잔액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아사리 판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 남자는,
지방대 출신 최초로 의사고시를 역대 최고 성적으로 패스했고, 그 여세를 몰아
서울 최고의 명문대학병원인 태강병원 응급실 에이스로 명성을 날렸지만
병원 이사장 아들에게 저격당하면서 의료계에서 강제 추방된다.
그리고 3년 후, 그가 교도소 의료과장을 지원했을 때
혹자는 의료계의 성자라고 했고, 혹자는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성자도, 미치광이도 아니었다.
3년간의 잠수를 통해 그가 뼈저리게 깨달은 건, 지잡대 출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건 실력이 아니라 인맥이고, 그를 다시 대학병원으로 이끌어줄 유일한 방법은 황금 동아줄을 잡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황금 동아줄이 널려있는 곳은 다름 아닌 교도소 의료병동이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재벌 3세 갑질에 직업을 잃은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도,
교도소 의료과를 배경으로 목숨을 담보로 펼치는 메디컬 드라마도 아니다.
지방대 출신의 나이제란 의사가 이미 범털들의 전유물이 되어 버린 형 집행정지를
이용해서, 교도소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의료과장을 제거하고,
새로운 의료과장으로 등극한 후에 펼치는 성공 드라마이자, 성장드라마이다.
가진 자들에겐 가진 자들의 룰로, 악한 놈은 더 악한 방법으로 무너뜨리는
나이제의 방식은, 우리가 가진 자들에게 늘 짓밟혀왔던 방법이었기에,
우린 나이제의 악행을 통한 성공기를 통해서 묘한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한 번쯤은 꼭 이기고 싶은 가진 자들과의 싸움에 나선
나이제가 무너지지 않기를, 한 번쯤은 꼭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닥터 프리즈너 호를 출항시키고자 한다.
교도소 내 의료과도 엄연히 한 과인데 실상은 다르다. 의료과는 인원도 적고, 계호가 메인인 교도소에서는 보안과의 힘이 세기 때문이다. 환자를 외진 등의 진료를 위해 내보내고 싶어도 보안과의 눈치를 봐야 한다. 외부 입원환자가 있으면 보안과에서 빨리 퇴원시키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의료과에서는 다른 종류의 힘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 <닥터 프리즈너> 이다. 그건 바로 형집행정지! 형집행정지란 "인도적인 차원 수형자에게 형의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보여지는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형벌의 집행을 정지하는 일이다.주로 수형자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었을 때 형집행정지를 한다." (출처: 나무위키) 검사가 최종결정을 내리는 일이긴 하지만, 교도소 의사의 의견을 많이 참조하기 때문에 교도소 의료과장이 바로 그 부분에 있어서 힘을 쓸수 있고, 심지어 일시적으로 형집행정지를 시킬만한 건강상태를 만들수도 있다는 것! - 이것이 <닥터프리즈너>의 상상력이다.
교도관 직급체계는 아래와 같다.
9급/교도/무궁화 봉우리 2개
8급/교사/무궁화 봉우리 3개 ----------------------- 여기까지 '부장님'이라고 불린다.
7급/교위/무궁화 1개 ----------------------- '주임님'이라고 불린다.
6급/교감/무궁화 2개 ----------------------- '계장님'이라고 불린다.
5급/교정관, (의무)사무관/무궁화 3개 ----- 보통 소의 과장님들이 5급이다. 공보의도 5급 대우를 받는다.
4급/서기관, (의무)서기관/무궁화 4개 ----- 보통 소의 소장님들이 4급이다. 의료과장님들도 대부분 4급이다.
3급/부이사관/태극 무궁화 1개 ------------- 의료과장 중에서 "서울구치소 의료과장, 대구교도소 의료과장, 대전교도소 의료과장, 광주교도소 의료과장" 만 부이사관 급이다.
통장의 돈으로 수용자들은 간식도 사고 자비구매약(필수적인 약이 아니라 관약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들)도 산다. 하지만 더 중요한것은 자기를 위해서만 사는 것이 아니다. 돈 많은 수용자는 돈 없는 수용자들에게 간식도 사고 자비구매약도 사준다. 그리고 그들을 부린다. 영치금으로 이들은 다른 수용자들을 매수하는 것이다. 이들은 돈 많은 자를 위해 수발도 들고, 마사지도 해준다.
티저 영상을 보면 오정희가 황제수용생활 중이며, 형집행정지를 통해 교도소 밖으로 나가려 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돈 있는자와 힘 있는자는 의료사에 수용될 확률이 높다. 일종의 예우 차원인걸까. 그 부조리함에 어이가 없었지만, 의료사에 넣고 빼고는 내 능력 이상의 것이기에 손댈수가 없다. 1조 가까이 사기를 쳐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한 자라도 의료사에서 2주마다 재활치료를 관비 즉, 우리의 세금으로 받는다.
교도관들 근무복에 있는 교정 상징 마크다. 하지만 실제 교도소의 의사들이 저런 가운을 입고 근무하지는 않는다. 남궁민이 입어서 멋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운에 교정마크를 박는 것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로 보인다. 교정본부의 허락을 받아 가운을 맞출 계획이 있다.
이 교정마크의 의미는 무엇일까? 교정본부 홈페이지에 잘 나와있다.
교도소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우리의 세금으로. "부산구치소와 부산교도소에 따르면 재소자들은 여름이면 밤새 수도꼭지를 틀어놓는다. 에어컨 효과를 대신하는 것이다. 또 평소에도 화장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온종일 수돗물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잦다. 특히 '몸이 보배'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샤워를 하는 재소자도 많다."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00203.22009223602) 이건 부산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라서 순천교도소에서 특정시간대에 단수를 시행중이다.
만화 <Dr.프리즈너>는 사실 교도소랑은 크게 상관이 없다. 주인공인 천재 외과의사 토마 레이지는 3권까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떠한 이유로 수용생활을 하고 있었다. 교도소 폭파 사건을 계기로 토마 레이지는 탈옥을 하게 되고, 병원에 갈 수 없는 특수한 환자 (예를 들어 조폭들이 총이나 칼에 맞는 경우)들을 수술하는 얘기로 만화책이 구성되어 있다. "소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인간 초음파' 토마 레이지의 능력이 굉장히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