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죽은시인 Mar 21. 2019

#1.프리즌 닥터의 <닥터 프리즈너> 1,2화 리뷰

결론부터 말하면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1시간 동안 심정지만 3번이라니!!!


Scene 0. 배경은?

드라마 상에는 서서울교도소라고 나온다. 실제로는 서서울교도소는 없다. 서울근교에는 서울구치소, 서울동부구치소, 서울남부구치소, 서울남부교도소만 존재. 촬영장소는 "구 장흥교도소"로 알려져 있다.

(왼쪽) 실제 구 장흥교도소 (오른쪽) 닥터 프리즈너 속 서서울교도소

하지만 하늘에서 찍은 풍경은 장흥의 풍경이 아니라 서울의 모습인데, 지금은 없어진 영등포교도소 부지에 사진을 합성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여기서 아쉬운 점!: 예전에는 경비교도대가 있어서 실제로 저 첨탑에 드라마에서처럼 사람이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비교도대는 폐지되어, 실제로 교도소에 가보면 저 첨탑은 딱히 사용하지 않는다. 경비교도대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https://bit.ly/2TLXi61 참조)


Scene 1.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과 황제수감생활
그리고 형집행정지

드라마 첫장면의 시점은 현재, 나이제(남궁민)와 오정희(김정난)의 면회장면으로 시작된다.

오정희는 교도소 수감중인 '재벌가 사모님'이다. 죄명은 '살인교사' - 남편과 바람난 23살 여대생을 죽이려고 한 혐의. (1화에 나오진 않았지만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정희는 조폭과 접촉하긴 했지만 거기서 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여대생은 실제로 살해되었다고 하니 구체적인 내막은 추후 공개될듯)


이 사건은 어디서 모티프를 따왔을까?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일 것이다. (사건 관련 링크: https://bit.ly/2Y9LYzi, 형집행정지를 공모한 영남제분 사건: https://bit.ly/2UNK8BM)


오정희는 교도소 수감 중에 이미 호화스런 도시락을 먹으며 '황제수감생활'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원하던건 형집행정지. 수감생활을 할만한 상태가 아니라고 검사가 판단할 경우, 형집행정지를 할 수 있다. 여러 의사를 컨택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했었는데, 이런 오정희를 나이제가 찾아간다. 그가 제안한 것은 '판코니 빈혈증(Fanconi Anemia)'!

판코니 빈혈증이란?

판코니 빈혈증이란 유전병으로 혈소판을 비롯한 혈액 요소들이 부족해지는 병이다. DNA복구에 관련된 17개 정도의 유전자들이 판코니 빈혈증과 관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증상은 쉽게 멍이 들고, 코피가 나며, 커피반점을 동반하고 엄지손가락에 기형이 오기도 한다. 갑상선 기능저하증 같은 내분비계기 이상, 25% 정도에서 신장(콩팥)이상이 나타난다.


이를 끼어 맞추기 위해서, 수면부족 및 영양부족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조혈기능을 악화시키고, 태닝을 통해 커피반점을 만들고,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악화시키기 위해 갑상선저하증 약 대신 갑상선항진증 약을 먹는다. 여기에 더해 가족 중 40년전 신장 문제로 사망한 사람을 찾아 사실 판코니 빈혈증으로 인한 사망이였다고 말해 '유전병'임을 뒷받침했고, 골프로 인한 엄지손가락 기형을 판코니 빈혈증으로 인한 손가락 기형으로 둔갑시켰다. 유전병을 왜 진작에 몰랐냐는 말엔 판코니 빈혈증을 암 진단 과정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로 답했다.  

왼쪽부터, 코피나는 모습 - 태닝으로 커피반점 만들기 - 갑상선항진증약(메티마졸)

마지막 검사를 만나기 전엔 혈압과 맥박을 낮추는 베타차단제(beta blocker)를 주면서 형집행정지를 위한 수순을 거친다.

교도소 안에서 아무리 VIP라도 침대생활, 태닝기구 등은 다소 과장됬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고증이 잘 안되어있는 무리한 설정이라고 생각했지만, 고작 얼마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황제수용생활에 대한 극적인 연출이 아닐까 생각한다. 황제수용생활에 대해서는 '그것을 알고 싶다'를 비롯하여 여러 언론에서 다루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예: https://bit.ly/2UKUORZ )


형집행정지 - 검사님과의 만남

형집행정지를 결정할 때는 검사가 '인검'을 나온다. 보통 수사관과 동반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처럼 따라다니는 의사가 있는 것은 본적이 없다. 실제로는 교도소 의사와 입원해 있는 병원의 의사들이 검사에게 수용자의 상태를 설명한다. 드라마 속 검사도 "이제는 하다하다 유전병이에요?" 라고 말하고 형집행정지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데, 실제로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교정시설 입장에서는 교정시설 내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서, 죽을 정도가 되면 형집행정지를 하는데 사력을 다한다.


검사가 형집행정지를 안해주려고 하자 옆에서 수사관이 "벌써 인권위에서 권고 2번 받았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깨알같은 디테일이다. 오정희의 경우 검사 앞에서 어레스트(심정지)가 와버렸으니 어쩔수 없이 긴급형집행정지를 때렸을 것이다.


그리고, 형집행정지의 대가로 나이제(남궁민)이 원한건 '서서울교도소 의료과장'의 자리. 돈과 명예를 제쳐두고 교도소 의료과장으로 가는 이유에 대해 "만나야 될 사람이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데, 그게 태강그룹의 이재환(박은석) 임이 곧 밝혀진다.


Scene 2. 3년전- 태강병원 응급센터 의사로서의 나이제

나이제, 외상센터, 병원정치

나이제는 실력하나는 빠지지 않는 더블보드, 즉 전문의 자격증이 두개가 있는데, 흉부외과와 응급의학이다. 본인 소신으로 노숙자들은 자기 돈 들여가며 수술을 하지만, 국회의원 형집행정지을 위한 허위 진단서에는 서명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다. 센터장은 이 국회의원이 나중에 사면되어 나오면 권역외상센터를 지어줄 수 있는 힘이 있고, 그러면 나이제가 원하는 노숙자들을 비롯한 환자들을 더 많이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거기다 '당근'으로 두개저뇌종양이 있는 나이제의 어머니의 수술 순서도 앞당겨 준다. 허위진단서 vs 권역외상센터를 통해 살릴 수 있는 더 많은 목숨들+어머니의 목숨. 최근 드라마 <흉부외과>나 <라이프>에서도 다루어졌었던, 병원정치 속 의사의 양심에 대한 현실적인 질문이다.


여기서 잠깐! 두개저뇌종양(skull-base tumor)란 두개골의 밑바닥 쪽에 생기는 뇌종양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나이제 어머니가 정확히 어떤 종류의 뇌종양인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뇌수막종이나 청신경종, 뇌하수체 종양 같은 것들이다. 두개골 밑바닥 쪽이라서 수술적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뇌하수체 종양 같은 경우 코를 통해 접근하기도 한다.


이재환, 태강그룹

태강그룹 병원 이사 역할을 형(이재준 - 최원영 분) 한테 빼앗길 위기에 놓여있어 굉장히 화가 나 있다. 그 화풀이를 엄한 사람한테 하는데, 그게 나이제와 연이 있는, 세상에 곧 나올 하은이네 가족! 이 쓸데없는 화풀이로 인해, 이재환을 제거하려던 이재준 세력은, 하은이네 가족 차를 들이박아 버린다.

이로 인해 하은이네 가족은 모두 사망하는데, 남편은 거의 바로 심정지, 아내는 EVD까지 시행했으나 심정지가 온다....(이거 보는 내내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다. 내가 실제 심정지 경험하는 느낌...)


아내 즉 산모의 경우 뇌부종이 있어 EVD를 수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떻게 처음에는 산모가 멀쩡한 것처럼 보였나 궁금할 수 있다. - 아직 뇌부종(cerebral edema)이 악화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급격하게 뇌부종이 악화되면서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EVD를 했다는 것은 외상으로 인해 뇌CT상 뇌실내 출혈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눈 안은 왜 보는가? 시신경유두부종(papilledema)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뇌압이 상승할 경우 가장 특징적인 소견 중 하나이다.

시신경유두부종

EVD란? 영어로 Extra-Ventricular Drainage 즉, 뇌실내에 차 있는 뇌척수액이나 피를 바깥은로 빼주는 과정을 뜻한다. 이를 통해 뇌압을 조절해주고, 뇌압상승으로 인한 뇌탈출(brain herniation)등을 막아주는 것이다. 뇌실에 접근하는 위치는 보통 정해져 있으며 그곳을 'Kocher Point' 라고 한다. Kocher Point에 Burr hole 이라는 구멍을 내고 거기에 카테터를 집어넣게 된다.

EVD
카테터 넣는 장면

이 와중에 이재환은 '응급환자가 아닌' 자신의 동생 찰과상을 처치해달라고 깽판을 부린다. 카리스마 가득한 의사 역할을 하는 남궁민과 성격 파탄의 재벌 연기를 하는 박은석 모두 연기를 정말 잘한다. 둘이 대립장면 소름.이 사건을 계기로, 나이제와 이재환의 악연이 시작된다.

드라마에서는 신경외과 의사가 아닌 나이제가 이 시술을 하는데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Scene 3. 왜 '닥터 프리즈너' 인가?

프리즈너(prisoner)란 영어로 죄수 즉 수용자(재소자)를 뜻한다. 나이제(남궁민)이 단순히 교도소 의사를 뜻하는 '프리즌 닥터(Prison Doctor)'가 아니라 '닥터 프리즈너'인 이유는 2화에 잠시 공개되는데, 바로 이재환이 의료과실로 인한 사망사건을 이유로 나이제를 고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이제는 3년뒤, 자신을 감옥에 넣은, 마약투약혐의로 법정구속 된 이재환을 만나러, 오정희를 통해 서서울교도소 과장후보로 돌아오게 된다. 기존 과장이었던 선민식(김병철)이 밀던 과장후보가 있었는데, 나이제가 오정희를 통해 이를 뒤집어 버리자 선민식이 굉장히 불편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민식이 "우리 만난적 있지 않나요?"라고 말하는데, 그건 나이제가 3년전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었기 때문.


앞으로 교도소 장악권을 놓고 대립할 두 사람간 긴장이 장난아니다.

여기서 아쉬운점 한가지! 법정구속될 당시에는 본인 사복을 입는다. 미결수 복은 구치소나 교도소에 와서 입게 된다.

아쉬운 점 하나 더! 교도관들은 CRPT를 제외하곤 모자를 쓰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0. <닥터 프리즈너> 프리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