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교도소 의사의 교도소 의료과 이야기
3화의 첫장면은 '구속집행정지'를 위한 임검장면이다. 데이트폭력이 정신병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피고인에 대해 정신감정을 하는데, 정신과의사 한소금(권나라)이 객관적인 검사를 제시함으로서 피고자의 주장을 뒤집어 버린다.
이때 나오는 두 가지 검사는
1) 밀러꾀병검사: 흔히 M-FAST (Miller- Forensic Assessment of Symptoms Test) 라고 알려져 있는 검사다. 꾀병검사에는 M-FAST 외에도 SIRS-2와 같은 검사가 있는데, 유명한 범죄심리학자이신 이수정 교수님이 2015년 치료감호소의 용역을 받아서 시행한 "형사책임능력 감정척도 도입에 관한 연구"를 보면 이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알수 있다. 형사책임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심신미약 논란이 있었던 최근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참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6844.html)
2) 사이코패스 테스트: 흔히 PCL-R (Psychopathy Checklest-Revised) 검사를 이용한다. 40점 만점에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는 기준은 미국은 30점, 영국은 25점이다. 드라마에서 언급되었듯이 '어금니아빠 이영학'도 이 테스트에서 25점이 나온만큼, 드라마의 피고인은 사이코패스라고 판단한다. 참고자료: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1819959
지난화 교정시설 후송버스의 전복 교통사고로 인해, 이재환(박은석)은 외상으로 인한 긴장성 기흉이 생겼다. 나이제가 청진기를 꺼내서 소리를 들어보는데, 기흉이 생긴 부분은 호흡음이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긴장성 기흉(Tension pneumothorax)이란?
숨을 들이쉴 때에는 공기가 흉강 속으로 유입되지만 숨을 내쉴 때에는 흉강속의 공기가 배출되지 못하여 흉강 속의 압력이 점점 높아지는 상태이다. 긴장성 기흉이 발생하면 기흉이 발생한 쪽 폐가 완전히 찌그러지면서 반대쪽 폐와 심장까지 누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심한 호흡곤란과 청색증, 저혈압 등이 오게 된다. 빨리 처치해주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는 응급상황이다.
긴장성 기흉의 첫번째 응급처치는 바늘 감압(needle decompression)이다. 남궁민이 가슴에 바늘을 굉장히 과장된 액션으로 꽂지만, 위치는 정확하다.
두번째 응급처치는 가슴관(chest tube)을 꽂는 것이다. 가슴관을 빨리 거치할수록 좋기 때문에, 사실 처음부터 가슴관을 꽂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가슴관을 꽂는 것이 맞다. <닥터프리즈너> 드라마에서는 가슴관을 통해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보아, 기흉에 혈흉(hemothorax)이 동반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가슴 외상이 있을 때 기흉과 혈흉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 긴장성 기흉의 응급처치에 대해서 상당히 의학적 고증이 잘 되어 있다.
비장파열?
외상으로 인해 비장파열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 정도에 따라 등급(Grade)를 나눈다. 아래에 첨부한 그림은 여러 단계의 비장파열을 보여준다. 이재환의 경우 비장파열 및 비장정맥에 손상이 있어 복강 내 피가 차고, 혈압이 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를 보면 캘리를 이용해 비장정맥을 잡아주는 장면이 나온다. (생긴건 동맥인데, 동맥성 출혈은 아닌 것으로 보아 비장정맥이 아니라까 유추해본다.)
이번 화에서는 드디어 교도소 의료과 직원들이 제대로 나오게 된다. 의무관(보통 5급), 약사(약무사무관일 경우 5급), 공중보건의(5급 대우), 정복간호사, 의료계장(6급)이 의료과 직원으로 나오는데, 실제 교도소 의료과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있다. 방사선사도 있고, 사복간호사도 있으며, 외부차입약/정신과약 담당 교도관, 외부진료 담당 교도관 등이 함께 일한다. 의사와 간호사만으로 모든 것이 다 되지 않는 곳이 의료과인 것이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순천교도소의 경우, 직원분들 한분한분이 너무나 재밌으시고, 열심히 일하시기에, 드라마 속 의료과 처럼 약소한 의료과는 상상도 하기 싫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공중보건의의 신분이기에 공중보건의의 역할에 눈길이 갔다. 아직은 특별한 역할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드라마 홈페이지의 인물설명을 보니 "점점 범죄의 늪에 빠진다니..." 어떨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드라마 속에 "과장님 보고전을 냈는데 3개월 동안 과장님 진료를 못봤다"와 같은 대사는 디테일이 살아있다.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실제로 과장님 진료를 3개월 동안 못보는 경우는 없다. 수용자가 과장님 진료를 신청하면 보통 1~3일 안에 과장님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오히려 지연이 되는 부분은 "외부진료"와 "정신과 화상진료" 그리고 "치과진료"이다.
"외부진료"의 경우 보안과 계호인원이 많이 필요한데, 보안과에서는 인원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의료과장이 외부진료 허가를 내어도 외부진료 나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외부진료 인원을 보다 확충하는 것이 모든 교도소 의무관들의 소망이다.
"정신과 화상진료"는 일종의 원격진료로, 소 내에 정신과 전문의가 없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함이다. 수용자들 사이에서 정신과적 수요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화상진료는 2주에 한번 꼴로 하니 이 수요가 충족될리가 없다. 그것도 1인당 5분 정도의 진료로 "정.신.과" 진료가 마무리된다. 대학병원에 입원에 있으면 하루에 한번씩 30~40분간 면담을 하는데 말이다. WHO는 모든 교정시설에 정신과 전문의를 확충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금전적인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정신과 의사가 교도소에 들어올리 만무하다.
"치과진료" 또한 큰 문제다. 수용자들 대부분은 치아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소 내에는 치과진료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시설 하나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 충치가 생겨도 최소 3개월 길면 6개월 까지도 기다려야 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가지고 간단히 인물관계도를 구성해보았다. 현재까지는 교도소에 이재환을 가두어두려는 이재준과 나이제가 한편, 나이제에 교도소 권력을 뺏기지 않으려는 선민식과 이재환, 그의 어머니인 모이라 이사장이 한편으로 보인다. 원래 선민식은 이재준 편이었으나 이재준이 약속했던 VIP진료센터를 넘겨주지 않고, 원격진료센터 센터장을 제안하는 것에 격노한다.
드라마 속에서는 선민식이 외부병원인 하은병원에 일부러 환자(수용자)를 몰아줌으로써 수십억을 벌어다주고 이에 대한 커미션을 받는 것처럼 그려진다. 내 주위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진 못했지만, 실제로 가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의사들이 이정도로 썩지는 않았다고 믿고 싶다. 이런 가능성을 생각해낸 작가의 상상력은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