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영화 속 사진이야기

by SJ

해본 것 없음. 가본 곳 없음. 특별한 일 없음. 커플 만남 사이트에서 그 흔한 '좋아요' 하나 받지 못하는 노총각 월터 미티. 그의 유일한 취미라면 상상의 나래 펼치기? 짝사랑하는 그녀를 떠올릴 때면 모험광이 되기도 하고, 불의를 보면 슈퍼히어로로 변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그는 다시 '멍 때리는' 찌질남.

그런 그에게 사건이 발생한다. 그가 다니는 잡지사 ‘라이프’가 구조조정에 휘말리고 잡지는 곧 폐간되게 된 것. 그 와중에 분실된 폐간호의 표지 사진을 찾아내는 것이 그에게 떨어진 막중한 미션이다. 소심한 그였지만 결국 모험을 감수한다. 가본 데가 기껏해야 기억도 못하는 지방 소도시인 그가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나라 밖 여행을 떠나는 것.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어떤 끌림이 있었다.

그는 그린란드로 날아간다. 지도상에만 존재할 줄 알았던 그 먼 북극해에서 상어와 혈투를 벌인다. 그리고는 아이슬란드로 건너가 화산재를 뒤집어쓰기도 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민병대장도 만난다. 심지어 눈 덮인 히말라야를 혼자 오르기도 한다. 역시나 만화적 상상이 결합된 설정들. 하지만 이번엔 진짜다. 잠재되어 있던 그만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가 넘는 거대한 설산 위로 독백이 펼쳐진다. ‘I am alone’. 하지만 여기서 'alone'은 외로움이 아닌, 자신감의 표현이리라.

한 장의 사진을 찾기 위한 여행, 하지만 그는 그 이상을 얻었다. 마침내 월터의 상상이 현실이 된 것. 그는 찌질남이 아닌 완벽한 훈남으로 변신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눈빛은 깊고 맑아진다. 내면의 소리를 입이 아닌 눈을 통해 전달하는 방법을 그는 터득하고 있었다. 결국 자신만의 세상에 눈을 뜬 월터는 말한다. '인생은 끊임없이 용기를 내어 개척하는 것’이라고. 사실 이 모든 변화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오래전부터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싹이 어떤 외부 자극에 의해 비로소 움트게 된 것 아닐까.

영화는 철들기를 강요받는 이 시대 모든 어른들을 위한 달콤한 동화다. 동시에 '현실'이라는 벽 앞에 고개 숙인 세상의 월터 미티들을 다독인다. 아직 꿈꿔도 괜찮다고, 적어도 당신의 꿈이 상어와 싸울 정도로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이다. 내게도 가슴속 싹을 품던 시절 이 영화를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이 떠오른다. 특히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폐간호 표지 사진은 다시 영화를 꺼내보는 지금도 나를 감동시킨다. 말없이 울림을 전하는 것, 사진이 주는 매력 중 하나다.

참고로 <라이프 LIFE> 지는 실존했던 사진 전문잡지인데, 실제로도 IT의 영향으로 2007년 폐간됐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잡지사의 모토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는 실제 창간자 헨리 루스의 모토를 짧게 다듬은 것이다.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영화 예고편>

https://youtu.be/TZpnJlX0pe8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2. 영화 <캐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