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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작 Dec 05. 2023

12. 덜 후회하며 사는 방법?

      

다이어리를 쓰다가 날짜를 2013년으로 잘못 적었다. 다시 2023년으로 고쳐 쓰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지금이 2013년이라면, 만약 10년 전 오늘이라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선 아버지가 살아 계실 테고, 아들 녀석은 한창 까불대는 7살일 것이다. 우리 부부는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에 대해 계획하고 있을 테고, 친구들과는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있을 것이다. 그 외 다른 일들은 순간 생각나지 않는다. 하물며 자잘한 걱정거리들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러다 나의 상상이 100년 후로 확대됐다. 2123년이라면. 나는 이미 세상에 없을 테고, 나의 흔적 또한 모두 사라져 없을 것이다. 단지 내가 작업했던 사진들 일부가 남으리란 희망만 있을 뿐. 지금 내가 가진 걱정거리 역시, 나조차 존재하지 않는데 누구의 기억 속에 남아 있겠는가.

      

모든 것은 사라지게 되어있다. 다만 그 당연한 섭리를 새삼 상기했을 뿐이다. 어떤 것들은 시간을 꿰뚫어 가치가 있는 것이 있고 어떤 것들은 일시적이다. 그런데 기억조차 남지 않을 것들에 현재를 필요이상으로 소모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삶이라는 게 꼭 최적의 효율을 찾아 살 수는 없다. 실수하고 실패하고, 그러면서 깨닫고 성장해 간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과거와 내가 존재하지 않는 미래, 그 사이에 놓인 현재를 가끔씩 떠올려본다면, 조금은 덜 후회하며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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