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과 집중, 이 순간이 채우는 어린이 세상
어린이집은 돌봄공간이지만 실은 삶의 공간에 더 가깝다. 아이들의 낮시간이 일궈지는 공간이다. 이 세계는 어른의 세계와는 다른 아이들의 공간이자 뭐든 해도 되는 그런 장이다. 뒷마당에 4그루의 밤나무에서 밤이 매일매일 내려온다. 커다란 다라이에 가득 찰 정도로 매일 모으고 있다. 집으로도 보내고 쪄서도 먹고 송편에도 넣었다. 겨울동안 마당에서 구워먹을 일용할 간식은 이미 넘치도록 모았기에 아이들은 더이상 감동하지 않지만 출근하며 만나는 밤들의 은총은 어른인 내게는 여전히 설레인다. 수렵채취의 본능은 다람쥐를 닮았을까? 모기떼의 공격에도 커다란 다라이에 오늘도 밤들을 주워 담는다.
이렇게 하루가 시작되는 어느날 실팽이가 등장했다. 두꺼운 도화지로 만든 여러가지 모양의 작은 것들에 구멍을 뚫고 털실을 꿰어 본다. 실을 양손으로 잡아 감고 감고 또 감아 팽팽해지면 두손으로 힘껏 잡아당긴다. 당기고 풀고를 연거푸 하다가 보면 요놈의 작은 놈, 우리는 팽이라고 부르는 녀석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기특하게도 소리도 낸다. 대략 "윙윙윙윙"하는 빠르고도 속도감 있는 소리다. 이 소리는 성공!!을 의미하고 공기중 한복판을 소리와 움직임으로 채우는 실팽이이의 매력은 바로 이 순간에 발휘된다. 모든 놀이가 그렇듯 놀이의 과정과 결과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순간에 강렬한 의미로 발현되는데 흥분과 희열, 아드레날린의 순간적 증폭은 순간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기적과 이어진다.
어린이집으로 뛰어들어온 아이들의 목에는 지난주에 만든 실팽이가 걸려있다. 걸린 팽이가 세개인 걸 보니 녀석이 두개쯤은 거뜬히 돌리겠구나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양손에 줄을 잡고 수차례 감더니 팽이의 기적을 보여준다. 담임 선생님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단추 실팽이와 나무실팽이를 소개하며 "나는 도전에 실패했어. 혹시 해볼 사람있니?" 여기저기서 놀던 아이들이 모여든다. 은근히 승부욕이 발동하는지 진지하게 돌리기 시작한다. 성공하는 아이들이 하나 둘 늘더니 성공과 동시에 친구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하고 올라가는 어깨는 자랑스러움으로 가득찬다. 6살,7살들의 이야기다.
팽이를 돌린다는 건, 관계를 맺는 다는 거고 손힘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거다. 팽이를 돌린다는 건 최소한 10번정도는 실패하고 그중 한번 성공하는 경험을 갖는다는 거다. 팽이를 돌린다는 건 건강하게 크고 있다는 거고, 팽이를 돌린다는 건 놀이의 기쁨을 잘 알고 있다는 거다. 돌리는게 쉽지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유행이 조금 지난후 손의 힘을 잘 조절할 수 있는 때가 오면 실패의 시기는 짧아지고 곧 성취의 기쁨을 만나게된다. 어린이들은 어떻게 하면 성공하고, 어떻게 하면 실패를 하는지 하면서 배운다. 곁눈질 별로 않고 그것만 한다. 이게 어린이같다.
윙윙윙 사방에서 실팽이소리가 들리는 요즘이다. 발가락으로 돌리고 양손과 양 발가락을 이용해 여러개를 동시에 돌리는 연습이 한창이다. 이게 뭐라고, 아이들 세상에서는 그저 중요한 순간이고, 중요한 작업이며, 중요한 어떤것이 된다. 4살, 5살들도 힐끔거리며 지켜본다. 언젠가 자기들도 이 도전에 합류할 순간을 맞이한다는 것을 아는 눈빛이 지그시 전해진다. 손에 물집이 잡힌 아이가 있었다. "축하해, 역시 정말 열심히 돌렸구나. 너의 손에 자랑스런 상처가 생겼어." "근데 왜 축하해요?" "팽이를 돌리는데 어떤일이 생기는지 알게 되었구, 물집이 날만큼 엄청 신나게 했다는 표시니까 축하하는 거야. 진짜 축하해." 그렇게 친구들의 하루가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