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숨구멍, 겹겹이 쌓이고 뻗어가는 이야기 세상, 어린이 세상
"솔바람은 마녀지? 나는 다 알고 있어." 점심을 먹는데 한 아이가 대뜸 밥숟가락 넣다 말고 날 보고 말을 건다. 나는 찡긋 웃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아이들은 나를 마녀라고 알고 있다. 마녀의 마법이 언제쯤 펼쳐질지 늘 궁금해하고 나는 마법에 필요한 방귀를 모으고 있는 중이고 아무한테나 쉽게 보여줄 순 없다고 말한다. 매일 밤 방귀를 수집하러 어린이가 잠든 밤이면 내가 간다고 말했던 터라 아이들은 방귀조차도 빼앗기지 않을 태세로 다양한 말로 응대한다. "나는 건강한 채소를 많이 먹어서 절대 방귀는 안 뀐다고요. 우리 집에 와도 가져갈 수 없을 거예요." 방귀를 빼앗길까 두려운 아이는 절대 오면 안 된다며 두 팔로 나를 잡고 공격을 가하면서 까르르 깔깔깔 뒤집어지고 장난을 친다. 순간 아이들의 얼굴에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품고 어떻게 하면 나를 골탕 먹일까 궁리에 궁리를 이어가지만 결코 내가 진 적이 없으니 아이들의 승부욕은 점점 불타오르는 중이다.
마녀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왜 마녀가 어린이 세상에 와서 기웃거리는지 맨날 궁금해한다. 그러다가도 마녀라는 걸 깜빡 잊으면 자신들의 일상인 놀이로 들어가 푹 빠져 놀며 지낸다. 어느 날 점심 반찬으로 브로콜리 된장 무침이 나왔다. "우와!!! 마녀의 힘을 세게 만들어 줄 브로콜리라니 내가 다 먹어야겠다."라고 말하는 순간 몇몇 아이들의 식판 위 브로콜리는 게눈 감추듯 사라지고 자기들도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한다. 그 순간 "브로콜리 15개쯤은 먹어야 마법이 가능한데 그건 몰랐겠지?" 한마디에 아이들은 분주하게 식판을 들고 브로콜리 앞으로 줄을 선다. 식사를 마친 후 내게 마법을 당장 보여달라 말하지만 "너희들이 다 먹는 바람에 내 마법에 쓸 브로콜리가 부족하다고. 아깝다. 이런!!" 그 순간 아이들은 신이 나 내 앞에서 자기들의 마법의 주문을 걸어본다. "착한 천사가 되어라, 얍!" 어찌 된 일인지 마녀는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나쁜 놈이다. 그래서인가 착한 천사에 대한 주문이 쉼 없이 이어졌다. 그중 한 아이가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닭이 되어 라 얍!!" 순간 너무 웃겨서 그만 웃고 말았다. 닭이라니 많고 많은 주문 중에 닭으로 변하라는 주문이 생뚱맞고 웃길 줄이야. 그 순간 난 진짜 닭이 되고 싶었다. 아이의 눈빛에 반해 닭이 되어 꼬끼오를 외치고 싶을 만큼 말이다.
마녀가 된 순간 아무 말 대잔치 같은 이야기들이 엮이고 또 엮여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솔바람이라는 마녀가 아이들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게 되었다. 득이 될 것도 해가 될 것도 없는 이야기 대잔치 같지만, 긴장이 풀리고 무엇을 해도 되고 무슨 말을 해도 괜찮은 시간으로 연결된다. 때로는 마녀를 죽이겠다고 말하지만 그 또한 괜찮다. 이것은 힘의 표시이자, 정의에 대한 표현일 테니 말이다. 어떤 생각도, 어떤 느낌도 걸러지지 않고 드러나는 순간이라 다 괜찮다.
아이들이 나의 마법을 보고 싶어 한다. 마법 수프에 들어가는 온갖 재료들이 담긴 병으로 가득한 창고도 궁금해한다. 물론 가르쳐줄 턱이 없는 걸 알기에 더 간절해하고 알고 싶어 하지만 우리들의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져야 하기에 모든 건 베일에 쌓아 둘 뿐이다. 곧 마술 몇 가지를 익혀 아이들 앞에서 선보이려 한다. 마녀임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상상과 더 깊은 모험을 위해 기꺼이 마술을 배우려 한다.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표현하는 어린이의 시간이 이런 노력으로라도 충만해진다면 그 또한 좋지 아니한가!
삶의 숨구멍, 모두가 따르는 가치가 아니어도 겹겹이 쌓이고 뻗어가는 이야기 세상이 바로 그런 것이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