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는 석달 전, 장모님이 장인 어른과 두 분만 사시는 집이 적적 하시다면서 이웃집에서 얻어온 고양이
새끼다. 몸 전체가 검은 털로 덮힌 까미는 다른 동물이 그렇듯 겉모습이 이름이 되었다.
석달 만에 처갓집에 가게 되어 까미를 찾았지만 집만 덩그러니 있다. 고양이가 대낮에 제 집에 얌전히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 놀러 갔겠거니 했지만 장모님 말씀은 그게 아니었다. 가출을 했다는 것이다. 가출의 내용이 좀 특이한 것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 일반적인 가출이 아닌 대놓고 살림을 냈다고 할 정도로 누구나 까미가 어디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까미는 언덕 위 한옥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아예 그 집 식구가 되어 버렸단다. 한옥집 주인이 뺏어 간 것도 아니고 장모님이 내쫒은 것도 아니다. 펜션을 운영하는 한옥집에 우연히 놀러 가서 손님이 주는 이런 저런 음식을 얻어 먹고부터는 내려올 생각을 안하며, 강제로 데리고 와도 곧장 한옥집으로 도망 거버린다는 것이다. 장모님도 포기한 듯 보였다. 아파트에서 키우는 고양이라면 밖으로 나갈 수가 없겠지만 시골에서는 출입이
자유로우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한옥집에서 까미의 마음을 사려고 맛있는 음식을 일부러 주지는 않았겠지만 의도치 않게 까미의 마음을 사버리고 말았다. 원래 집에서는 고양이 사료만 먹다가 한옥집에 놀러 오는 여행객의 새로운 군것질거리에 신세계를 봤으리라. 여행지에서 만난 저 검고 귀여운 것을 보고 그냥 지나쳤을리도 없고.
까미는 원래 우리 고양이인데, 이제 까미를 보기 위해서는 언덕 위로 마실을 가게 생겼다.
이쁜놈 거기서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