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도시관리공단에서 신입사원교육으로 공문서작성법을 3시간 동안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서울 고덕동에 위치해 9시 강의 시작을 맞추려면 4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했다. 준비하고 5시 40분 서울고속터미널행 버스를 탔다. 첫차 치고도 이른 첫차인지라 승객은 나 포함 아홉이었다. 졸다깨다 1시간 30분을 달려 고속터미널에 도착했다. 곧장 중앙보훈병원행 9호선으로 갈아탔다. 9호선 개화행과는 달리 앉을 자리가 몇 개 있었다. 네이버 길찾기로 중앙보훈병원역에서 도시관리공단을 검색하니 1번 마을 버스가 가장 짧은 시간에 데려다주는 것으로 나온다. 배차 간격 16분. 운 나쁘면 영하 5도 날씨에 16분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1번 출구로 나가자마자 자리한 버스정류장의 전자 안내판은 '1번 곧 도착'을 알리고 있었다. 끊김 없이 버스에 올랐다. 남은 정류장 14개. 긴 여정 끝에 강의 시작 40분 전인 8시 20분에 강의실에 도착했다.
하루를 시작하고 쉼 없이 움직여 4시간이 지났지만 강의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 히터 바람이 뜨끈한 휴게실에
무료 커피 머신이 있다. 아메리카노, 에소프레소 중에 잠도 깰겸 에소프레소를 누른다.
마침내 만난 교육 담당자.
"손정 강사님이시죠. 도시관리공단 교육 담당자입니다. 사실 작년 신입사원교육 때 강사님께 교육 받았습니다. 지금은 인사팀에 근무하고 있고요. 작년 내용이 업무에 도움이 되어서 제가 직접 모시게 되었습니다."
작년 교육담당자가 올해 다시 연락하는 경우는 많아도 교육을 직접 수강한 학습자가 역할이 바뀌어 연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1년만에 신입사원이 강사를 섭외하는 역할까지 되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다행이네요"가 나의 공식 대답이다. 다른 대답은 자칫 무관심이거나 거만으로 옮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10분씩 쉬어도 3시간 강의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왔던 길을 되돌아 온다.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고속버스를 타고. 고속터미널에 도착하자 우등버스가 바로 있다. 40분을 기다리면 30% 저렴한 일반버스가 있다. 돈으로 시간을 살까, 시간으로 돈을 살까. 시간으로 돈을 사기로 마음 먹고 대합실 의자에 앉았다. 2025년의 마지막날. 내일은 휴일, 모레는 금요일. 어쩌면 연휴의 시작. 대합실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도 시간으로 돈을 샀을까. 잠깐 생각한다.
집에 도착하니 공교롭게도 4시 30분. 12시간 중에 순수 업무시간 3시간. 돈으로 쳐주는 시간 3시간.
몸값을 높이자 마음 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