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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 강사 작가 Jan 01. 2020

글쓰기의 시작은 남의 글 분석하기다!

내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남의 글을 분석하고 요약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은 글을 쓰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그 흐름을 추적해 보는 것입니다.


오늘은 한 칼럼을 분석해보겠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정은령,경향신문


새로 산 코트의 똑딱단추가 말썽이었다. 잠기기는 하는데 열려고 하면 좀처럼 빠지지 않아 입을 때마다 애를 먹었다. 코트를 입을 만한 날씨에도 단추 때문에 제쳐두기를 몇 번. 안되겠다 싶어 통을 줄여야 하는 바지 한 벌과 코트를 들고 예전 살던 동네의 옷 수선 가게로 향했다.


떠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파트 상가의 옷 수선 가게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사장님은 “언제 찾으러 올래요?”라고 물었다가 다른 동네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말에, 조금만 기다렸다 가져가라며 의자를 내주었다. 여러 번 수선을 맡겨왔지만, 옷들이 잔뜩 쌓인 좁은 가게 안에 사장님과 함께 앉아있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사장님이 발을 굴려 돌리는 재봉틀 앞에는 색색의 실패가 무대분장용 거울의 알전구처럼 촘촘히 박혀있었다. 수선할 바지의 옆 솔기를 뜯고, 줄일 만큼을 가위로 잘라내고, 바지 색깔에 맞는 실을 찾아내고 하는 동안 사장님은 느릿느릿, 그러나 쉬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신도시에 아파트가 처음 세워졌을 때 단지 내 상가에 옷 수선 가게를 연 사장님은 동네 변천사의 산증인이었다. 2~3평 남짓한 상가 점포 하나가 40평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었을 때 임대수익을 바라고 빚을 내 점포를 샀던 사람은 경기가 나빠도 월세 낮출 엄두를 못 내고, 세든 사람은 세든 사람대로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니 공실이 늘어간다는 얘기, 옷 수선을 하다보면 세탁소와 친할 수밖에 없는데 겨울옷은 아무리 봄맞이 할인을 많이 해준다고 해도 2~3월에 맡기지 말고 4~5월에 맡기는 게 좋다는 얘기, 집이 코앞이라 일이 많을 때면 밤 12시까지도 가게 문을 열고 있으니 늦어도 찾아오라는 얘기, 그러고 사는 동안 자식들은 저희들끼리 커서 이제 취직도 하고 제 앞가림하게 되었다는 얘기…. 사장님의 손은 이야기 사이에도 부지런히 움직여 바지를 다 고치고, 펜치로 코트 똑딱단추의 머리를 오그라뜨려서 열고 닫기에 수월하게 만들었다. 단추를 다 바꿔 달아야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장님의 손놀림 몇 번으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수선을 마친 옷을 들고 상가를 걸어 나오는데, 동네가 달라 보였다. 공기 중에 실밥이 떠다니는 옷 수선 가게에 잠시 앉아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 그곳에 사는 동안 나와 무관하거나 멀리 희미하게 보이던 풍경과 사람들이 처음 본 것인 듯 또렷하게 눈앞에 떠올랐다. 


가족이나 친지,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친구’나 ‘팔로어’가 아닌 누군가와 요점 없고 용건 없고, 내 생각이나 취향과도 관계없는 이야기를 나눠본 게 오랜만이었다. 그 예상치 못했던 만남 덕분에 익숙하다고 여겼으나 사실은 알지 못했던 세계를 잠시나마 발견했다


오프라인에서의 자아만큼이나 온라인에서의 자아가 섬세하게 기획돼 전시되는 환경에서는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의외의 만남’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포털의 알고리즘은 나의 취향을 거스르지 않는 최적화된 결과들을 보여주도록 설계돼 있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나 일들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하는 일은 쉽다. 


그러한 관계맺기에서 무한 확장하는 것은 나를 원점으로 한 동심원이다. 동심원의 구심력이 강해질수록 닫힌 세계에 균열을 내는 뜻밖의 사건이나 사람, 혹은 생각의 틈입은 일어나기 어려워진다. 계층 간, 집단 간 단절이란 말을 피부에 닿는 언어로 표현하자면 서로 말 섞을 일이 없다는 것일 것이다. 2016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선거 운동 기간 중 트위터 흐름을 확인했을 때 발견한 것은 강한 결속력을 보이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 진영인 힐러리 지지자들이 소통이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단절된 두 세계를 만들어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야기로 길을 찾고, 성전과 감옥을 지어 올린다”고 했던 미국 작가 리베카 솔닛은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 편은 선이고, 상대는 악의 영역에 있으며 듣기 싫은 이야기는 차단해버리면 그만이라는 세상에서 흘러 다니는 이야기들은 뻔하고 겹이 얇다. 그렇게 얄팍한 이야기들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지 못한다. 나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분석]

-화제 (글쓴 동기, 글의 씨앗이 된 소재) : 옷 수선하면서 사장님과, 살던 동네 이야기를 나눔. 대화 후 살았던

 동네가 새롭게 보임

-느낌 (주제) :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넓어진다.

-주제를 받치기 위해 추가한 소재

  1.SNS 소통 현실 : 기획된 대화 상대와 비슷한 의견만 나눔

  2.사례 : 미국 대선, 트위터 분석

  3.인용 : 리베카 솔릿의 말

  4.마무리 주장 :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남의 이야기를 듣고 세계를 확장하자



[저자 생각 따라가 보기]

저자는 옷을 수선하러 갔다가 평소 자신의 대화 영역에 들어가 있지 않은  수선가게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살던 동네의 몰랐던 이야기였다.

그 대화 후 자신이 살았던 동네가 새롭게 보였다.

그 순간 '타인, 특히 평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던, 나와 다르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 필요하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너무 내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 가까운 사람과만 대화를 나누었구나에 생각이 미친다.'


글 쓸 첫 소재와 주제가 생겼다. 이것으로는 글이 부족하다. 어떤 소재를 추가할까 고민하다 요즘 SNS 대화의 현실, 미국 대선 당시 트위터 분석, 리베카 솔릿의 말을 인용해온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주장을 하며 마무리한다.


글은 이렇게 탄생된다.

세상을 보고 느낌이 생기면 그것을 화제로 삼는다. 그리고 소재를 모은다. 문장을 확장한다.

지금도 화제가 될 소재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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