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엄마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데-

by 집공부

여느 때처럼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 이것저것 물품을 살펴보는 중에 한 아이의 행동이 눈에 띄었다. 엄마가 밀고 있는 쇼핑카드 안에 앉아 있던 아이는 요구르트를 잡더니 포장을 뜯어 마시기 시작했다. 난 아이가 목이 말라서 먼저 요구르트를 먹고 나중에 계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매장을 돌다 다시 마주친 아이가 초콜릿이나 과자를 손에 잡히는 대로 까먹고 있었다. 쇼핑에 열중해서 그러는지 엄마는 아이의 행동에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아이가 미리 다 먹어버린 걸 잘 계산할까 하는 궁금증에 나도 모르게 그 아이를 따라다녔다. (직업병인 듯...) 엄마는 자연스럽게 카트에 담은 물건 값만 계산하고 아이가 먹었던 흔적은 쓰레기가 된 채 카트에 남겨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랄까 생각하니 너무나 걱정스러웠다.

요즘에도 가끔 쇼핑 카트 속에 쓰레기가 방치된 채 꽂혀있는 것을 발견한다. 나는 병적으로 그런 카트는 거른다. 혹시라도 사람들이 나를 오해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도둑을 잡아내야 할 때이다.

17 학급의 학년부장을 맡았던 나는 하루 종일 수업하고 쉬는 시간에는 민원에 시달렸다.

“아이가 교복을 잃어버렸어요 벌써 세 번째라 너무 화가 나서 전화드렸어요”

“그 학교에는 도둑만 키워요? 애가 매일 신발을 잃어버리고 와요”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해서 예전처럼 소지품 검사도 함부로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같은 학년끼리만 훔치는 게 아니라서 한번 물건을 찾으려면 전교생이 수업을 중단하고 찾아야 할 일이었다. 아이들이 많은 학교이다 보니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그 지역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학교였는데도...)

아이들이 교복을 잃어버리는 이유는 엄마가 3년간 넉넉히 입으라고 약간 헐렁하게 맞춘 교복은 학생부 복장 검사용이다. 길이를 줄이고 (잘 걷지도 못하게) 품을 줄여 입기 위해 가장 새것인 1학년 아이들의 교복을 주로 훔쳐갔다. 그리고 집안형편이 좋은 애들이 많았는데 당시 20여 만원 하는 나 OO 운동화를 복도 신발장에 넣는 순간 바로 없어졌다.

나는 아이들에게 학교 올 때는 제발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을 운동화를 신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한 번은 하도 민원에 시달려 선생님들과 의논해 7교시 수업에 들어가는 선생님들이 동시에 아이들의 소지품검사를 하기로 했다. 전교생이 동시에 수색을 한다는 소문이 얼마나 빨리 퍼졌는지 결국 교실에선 안 나오고 화장실 검은 봉지 속에서 발견되었다. 자기 수업시간에 이런 일을 하면 선생님들은 싫어한다. 선생님들의 불만도 알지만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이유는 그렇게라도 해야 (그) 아이들이 긴장하고 조심하려는 마음에 나쁜 행동이 잦아들기 때문이다. 잡고 싶은 게 아니라 막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는 그 아이들이 갑자기 고등학교에 와서 남의 것을 훔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어렸을 때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다. 그게 무조건적인 사랑 때문 일수도 있고 방임으로 인한 자기만의 생활방식이었을 수도 있어서 더 안타깝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니 해마다 도둑 잡기로 쓴 에너지가 얼마나 많았는지 허탈하다. 그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어느날 사회면에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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