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총량의 법칙-
“엄마 큰일 났어! 오빠 친구가 지금 우리 강아지 과자 먹고 있어 어떻게!!”
웬만해선 학교에 전화하는 법이 없었다. 문제상황이 생겨도 자기들끼리 알아서 해결해 놓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딸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제 큰일 났어 그 오빠 똥냄새도 안 나고 이상하게 되는 거 아냐?” (강아지용품에는 배변 냄새 억제제가 들어있다고 알려줬더니…)
나는 순간 난감하기도 하고 어쩌다 강아지 간식을 먹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애견쿠키인데 꼭 계란과자처럼 생겨서 나도 가끔 헷갈릴 정도이긴 하다.
“ 오빠는 뭐 하느라 친구가 그걸 먹고 있게 만들었데?“
“오빠는 게임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 오빤 옆에서 우리 강아지 간식 먹느라 정신이 없어 어떻게 엄마!“
“그럼 우선 마실 것과 다른 과자를 가져다주고 슬그머니 그 과자봉지 가져다 뒷베란다에 둬”
나는 애견 용품을 사면서 맛있냐고 물어보다 혼자
웃음이 나왔던 적이 있었다. 애완견 간식맛을 그분도 어찌 알까 싶었는데 “네 맛있어요"라며 애견학과에선 영양분석도 하고 맛도 본다고 했다. 다만 실내견들이 많아 배변 냄새 억제제만 첨가 한다고 해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아지 간식이라고 하면 놀랄 것 같아 그렇게밖에 말해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게임에 빠져있으면 친구가 뭘 먹고 있는지도 신경을 안 쓰는 아들의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이는 듯했다.
중학교 때까지 우리 아들은 게임에 빠져 살던 아이였다.
더구나 매일 밤 11시까지 자율학습 감독하느라 바쁜 엄마는 간섭도 안 하니 자기 세상이었을 것이다. 중학교 때 아들의 하루 일과는 아주 간단했다. 학교에 갔다 와서 쭉 쉬는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부터 익힌 습관대로 숙제는 알아서 했다 . 다만 숙제를 다 해놓고 놀것인지, 실컷 놀고 숙제를 할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아이의 결정이었다. 그리고 영어, 수학 복습과 잠들기 전까지 책 읽기 하는 단순한 하루 일과였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게임을 하고 살았을지 짐작이 간다. 내가 만난 남학생들은 대부분 틈만 나면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었다. 중학교에 근무하면서 놀란 사실은 방과 후에 상담을 한다고 하면 기겁을 했다. 종례를 마치자마자 PC 방에 들러 게임을 하고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최대의 벌은 종례 후 남겨 놓는 것이었다.
또 고등학교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방과 후 저녁 먹고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7시부터 야간 자율학습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때 대부분 PC방에 갔다 오기도 했다. 개중에는 7시에도 못 돌아와서 자율학습 감독 선생님에게 호되게 야단맞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남학생학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게임인 것 같다.
이렇게 대부분의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 산다. 서울대생들도 게임을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럼 뭐가 문제인 걸까?
나는 아이러니하게 우리 아이가 중학교 때 게임에 푹 빠져 살아봐서 오히려 고등학교 가서는 게임을 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생각하는 레벨 끝까지 도전해보고 하고 싶은 만큼 다 해보고 나니 흥미가 줄어든게 아닌가 싶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는 뭐가 맛있다고 하면 한 박스씩 사다 놓으니까 실컷 먹고 질려서 나중에는 먹기 싫어”라는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아이들을 믿고 하고 싶은 만큼 한번 실컷 해보라고 하면 어떨까? 중학교때 실컷 해보면 고등학교때는 아이들도 대입이 코앞이라 스스로 절제하려고 한다.
“엄마! 게임이 나쁜 게 아니에요 스토리도 있고 게임하면서 알게 되는 것도 많아요
제가 왜 세계사를 잘했는지 아세요? '대항해 시대' 게임을 하다 보면 세계사 공부는 저절로 돼요"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들은 절대 게임에 중독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게임 밖 현실세계에서도 자신이 존중받고 있고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만 자기가 해보고 싶은 만큼 실컷 해보지 못해서 자꾸자꾸 그만큼을 채우기 위해 몰래몰래 눈치를 보며 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한다.
마치 이루지 못한 첫사랑처럼 …미련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