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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Jan 05. 2024

위험한 순간!  나는 뭘 챙겨야할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것-

“이게 무슨 냄새야!!!”

평소 모든 것에 예민한 남편이 갑자기 줌을 당기며 냄새를 한껏 들이마신다.

(그럴 땐 꼭 우리 반려노견 보미 같다)

나는 그때까지도 크게 냄새를 잘 느끼지 못했다.

잠시 후에 약간 쇠 타는 느낌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우리 집구석구석을 다 다녀보고 전기 코드까지 다 점검한 남편이 우리 집은 아닌데 다른 집에서 뭔가 이상한 냄새와 연기같은 것이 올라온다며 빨리 대피하자고 했다.

그 순간 오버하는 강씨 부녀는 보미 옷도 안 입히고 그대로 끌어안고 빨리 나오라며 나를 재촉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냄새가 더 심해 금방이라도 불이 날 것만 같았다.

우선 경비아저씨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암튼 우리 집 아래쪽에서 냄새와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고 알아봐 주시라고 했다.

그때 딸이 옆에서 폭풍 잔소리를 해댄다.

“엄마! 이럴 땐 뭐 챙겨 나올라고 하지 마 우리보다 더 중요한 건 하나도 없어

엄만 빨리 나오라는데 뭘 챙기려고 그렇게 꾸물대?? ”

나는 순간 약간 어이가 없었다. 내 판단은 그렇게까지 위급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 외투를 챙겨입고 있었는데 부녀가 호들갑을 떨었다.

경비아저씨가 올라갔다 와서는 아랫집에서 냄비에 뭘 올려놓고 깜빡해서 냄비까지 타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했다. 아마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뵐때마다 그냥 웃기만 하시던 그 할머니가 혼자 계시다 깜빡 하신것 같았다. 온 아파트에 냄새가 진동하여 엘리베이터에 방향제까지 뿌려야할 정도였다.

아무튼 우리의 빠른 신고로 얼마 전 곰국을 끓이다 사망한 노부부 같은 사고로는 번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냄새를 피해 가족이 개모차를 끌고 산보를 다녀왔다.

나는 걸으면서 딸의 질문을 곱씹어 생각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건 무엇인가?.....


며칠 전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일본항공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수송기가 활주로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해안 보안청 수송기에 탄 6명 중 기장은 중상을 입고 승무원 5명이 사망한 반면 일본항공 여객기는 충돌 사고 발생 18분 만에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 모두 전원 탈출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일본항공은 비상 대피 때 90초 안에 승객을 탈출시킨다는 ‘90초 룰’에 따라 승무원들이 1년에 한 차례 ‘90초 이내 승객 대피 유도 훈련’을 한다고 전했다.

또 승무원들이 “아무것도 챙기려 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생명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말해 물건을 챙기려 우왕좌왕하지 않고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모두 자신의 짐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신속하게 대비했다고 한다.

그때 누군가 현금을 챙기거나 중요한 귀중품을 챙기려고 복도에서 일어나서 통행을 방해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우리 딸의 자기애와 일본 항공기 사고에서 승무원의 외침이 오버랩되는 하루였다.

딸은 다시 한번 귀에 못이 박히게 또 잔소리를 해댄다.

“엄마 알았지? 앞으로 혹시 뭔가 위험하다 싶으면 엄마가 제일 소중해

뭘 챙기려고 하지 말고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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