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공부 Dec 05. 2023

나의 착각

-엄마의 김칫국-

가족 여행 마지막 날 식탁에 둘러앉아 그동안 제일 맛있었던 것, 좋았던 점을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한테 못먹여 안달을 하던 몽산포 ‘먹거리 수산’ 할머니의 물회와  

(보통 물회는 있는 회에다가 야채와 양념을 넣어주는데 이곳은 주문하면 그때 들어갈 고기를 그 자리에서 잡아 만들어 주셔서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정말 먹어본 중에 가장 맛있었음)

간자미 무침도 주문하고 따로 친절한 몽산포 지웅 횟집까지 20여분을 달려가서  결국 아들에게 먹였다.

아빠의 정성 때문인지 역시 그게 제일 맛있었다고 한다.

숙소가 생각만큼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걸어서 낚시를 할 수 있는 아빠의 니즈를 맞추고 애완견까지 동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숙소를 용케 찾아낸 딸 덕분에 아빠는 너무 즐거웠다고 한다.

딸이 아파서 신경이 쓰였지만 딸은 여행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애써 밝은  목소리로 괜찮아졌다고 했다. 딸에게 먹이려고 생선구이집에서 포장해 온 생선구이정식으로 아침도 먹고 여유롭게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딸은 결국 잘먹지 못했고 사실 이때부터 나도 몸 상태가 안좋았다.

그땐 밤새 딸 병간호로 힘들어서 기운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

아빠는 낚시에 미련을 못 버리고 다시 바다에 날씨체크하러 나갔다.


“오우....” 갑자기 아들이 무슨 문자를 보자마자 감탄하며 말했다.

“엄마 내가 차를 신청할 때 6개월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는데 4개월 만에 나왔데요

12월에 찾으러 오라는데!!”

나는 순간 입꼬리가 올라가고 코가 벌렁거리며 입 밖으로 "고마워~ 아들"이라고 할뻔 했다.

우리 차를 신청해준 줄 알았기 때문이다.

언제 우리도 모르게 신청을 했나 기특하기도 하고 1년은 더 타겠다며 여기저기 손본 게 아깝다는  생각도 순간 스쳐갔다.

그때 나의 입꼬리를 무안하게 하는 아들의 한마디

“아빠가 싫어하는 T산데 …전기차라고 뭐라 할까 걱정이네”

“엄마 차는 지난번에 내년에 바꾸겠다 하셔서 내년에 바꿔드릴게요”

“응 괜찮아 우리 차가 급한 것도 아니고....”

나의 목소리톤이 금방 바뀌어 아들도 눈치챘을지 모르겠다.

한동안 들떴던 마음이 무안하고 부끄러웠다.


사실 아들은 강남에서 차 끌고 다니기가 힘들다며 그동안 차에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다녀도 회사에서 비용처리 해주니 굳이 차가 필요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전기차를 구입하다니 좀 의외였다.

 남편은 전기차를 특히 싫어한다. 오래전 T사 차가 불타고 있는데 문이 안 열리는 영상을 본 후로 더 싫어한다.

만약 아들이 전기차를 타고 다닌다면 매일 걱정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질 것 같다.

그래도 자기 능력으로 사는데 뭐라 할 건 아니고 아들의 생애 첫 차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차를 끌고 집으로 올때까진 아빠에겐 비밀 유지를 부탁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렌터카를 몰고 온 아들의 차가 앞서 가고 있었다.

나는 훗날 아들의 멋진 차 옆자리에 지혜롭고 인성 좋은 여자친구를 태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멀어져가는 아들의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웃픈 가족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