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공부 Nov 30. 2023

웃픈 가족여행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

1) 아무 때나 와도 괜찮다는 곳은 무조건 걸러야...

 3박 4일간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아들도 함께라서 무엇보다 남편이 제일 좋아했다.

사실 지난 10월에도 태안 몽산포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출장 후 바쁜 아들은 제외하고 여자 셋만 데리고 다니느라 남편이 힘들었단다.

낚시를 혼자 가기는 싫고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고 숙소에서 쉬다가 때맞춰 맛있는 거 먹고 오는 그런 여행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들과 함께 낚시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엄마 그런데 여긴 손님이 나가고 나면 누가 청소를 하는 거야?”

우리 숙소 아래층은 유명한 무인 카페이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면 로봇이 음료를 만들어준다.


매사에 완벽해야 하고 특히 청결하지 않은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딸이 카페에 들어서서 보인 첫 번째 반응이었다.

음료는 로봇이 만들어준다고는 하지만 정말 둘러보니 손님들이 먹고 간 테이블을 정리하는 사람이 없었다.

애견동반가능 이어야 하고 남편은 과민성 대장 증상이라 화장실이 늘 가까워야 안심이 되는 사람이다.

 무조건 숙소에서 바다로 걸어 나갈 수 있어야만 한다.

이런 조건을 두고 딸은 늘 힘들게 숙소를 찾아낸다.


꼼꼼하게 일일이 체크해야 직성이 풀리는 딸은 며칠 전부터

“엄마 난 청소를 깨끗이 안 해놓을까 봐 일부러 이렇게 말하거든

우리가 혹시 빨리 도착하면 입실이 가능할까요? "

그럼 “저희 청소시간때문에 정시에만 입실이 가능한점 양해해주세요”

이런 곳이 마음에 드는데 여긴 그냥 아무 때나 와도 된다고 해서 좀 불안해.

그 말은 결국 사장님이 깐깐하지가 않고 청소도 대충 할 확률이 높으니까...


나는 너무 매사에 날을 세우고 예민한 성격인 딸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청소가 덜 되어 결국 우린 거의 30분 정도를 카페에서 기다렸다.

 물론 미안하다며 음료를 공짜로 주긴 했다.

기다리면서 사장님은 미안해서인지 이런저런 말을 걸어왔다.

저녁에 꽃게도 줄 테니 라면과 함께 끓여 먹으라던가 원하면 옆방이 비었으니 거기도 쓰라는 둥....

(이때도 딸은 정색을 하며 거절했다.

이유는 소비자가 원하는것을  주는게 서비스지

원하지도 않는것을 주겠다고 해서 짜증이 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녁 먹으러 나갈 때 자기네가 횟집도 하니까 픽업을 해주겠다고 했다.


남편은 익숙지 않은 길에 밤 운전도 그렇지만 어딜 갈까 고민하는걸 더 싫어한다.

모처럼 남편이 한턱 쏘기로 한 자리였다.

그래서 저녁에 픽업을 부탁하고 방에 들어갔다.

다른 숙소는 자세한 안내사항을 알려주고 가는데 그냥 열쇠만 쥐어주고  올라가라고 했다.

그런데 방에 들어가 보니 냉장고 속에 썩은 물 같은 게 들어있고 음식물 쓰레기통은 꽉 찬 상태였다.

딸은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래서 예약을 취소할까 고민했다니까.... 아빠가 낚시하기 좋은데 찾아서 할 수 없이 하긴 했는데...”

물론 뷰는 환상적이었지만  청소상태로는 첫인상이 참 별로였다. 아마 방을 먼저 들어와 봤으면 사장님횟집은 물론 추천 맛집도 무조건 걸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약속을 했으니 어쩔 수 없이 숙소사장님 횟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관광지라 어느 정도 바가지는 예상을 했지만 1인당 6만원의 식사치고는 뭐 하나 싱싱한 게 없었다.

남편은 아빠로서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는데 너무 속상해했다.

나중에 서비스로 자연산 굴을 갖다 주었다.

강아지 때문에 잘 먹지도 못한 딸이 굴을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나도 그나마 싱싱한 것 같아 조금 먹었다.

그게 이렇게 엄청난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하면서...


2) 굴은 죄없어요

 “엄마 나 컨디션이 안 좋아” 딸은 항상 오빠, 아빠 앞에서 분위기를 돋우는 활력소 역할을 자처한다.

무뚝뚝한 오빠도 딸의 애교 섞인 농담에 활짝 웃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셋째날 새벽부터  몸이 안 좋다고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구토에 설사까지 밤새 한숨 못 자고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나는 밤새 배도 만져주고 등을 두들겨주고 무엇을 잘못 먹었나 추리에 들어갔다.

문제는 식구들이 모두 멀쩡한데 딸만 아파서 더 헷갈렸다.

야무진 딸이 다행히 주치의선생님께 비상시 먹을 약까지 다 준비해 와서 그걸 먹고 상태가 좀 호전되는듯 하기도 했다.

남편은 딸만 유일하게 먹은 게 꽃게 무침이라며 둘째 날 저녁을 먹은 식당이 주범이 아닐까 했다.

그날 우리의 주 대화는 뭘 잘못 먹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딸은 내가 간호를 하며 숙소에서 쉬고 있었고 남편과 아들은 낚시하러 나갔다.

그런데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하며 돌아왔다.

(어린 물고기 어생에 큰 시련 ㅠㅠ 바로 방생해주긴했지만 너무 놀랬을것 같아요)


놀래미, 배도라치, 심지어 복어까지 ….다양한 어종이 잡혀 재미가 들렸다.

다음에 이곳에 다시 오고 싶냐는 말에 남편은 조심스럽게 식당은 다른 데를 가더라도 여기서 고기가 잘 잡혀서 좋았단다.


암튼 그렇게 3박 4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딸은 병원에 다녀왔다.

“그런데 식구 중에 아무도 아픈 사람이 없다는 게 이상하네요”라며 의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서 딸은 자기에게 다른 큰 병이 생긴 줄 알고 남몰래 걱정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딸과 똑같은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딸은 아픈 엄마의 소식을 빠르게 오빠에게 알렸다.

자기만 유난을 떨고 혼자 예민하게 구는 게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다며…

그리고 나도 같은 증세를 보이자 자신도 식중독이라는 확신 때문에 안심이라고 했다.

딸보다는 덜했지만 3일간 어지럽고 구토설사로 고생을 했다.

운전을 해야 할 아들과 남편은 다행히 우리처럼 아프지 않아 운전을 잘하고 올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굴이나 조개는 죄 없어요. 다만 그걸 요리하는 환경이 더러울 때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워요.

생각해 보세요 상한 걸 먹는 사람이 어딨 어요? “

역시 청결하지 못한 조리도구나 환경이 문제였구나…


내가 그곳에서 느꼈던 느낌은 참 정신없이 사는 사람들 같았다.

카페를 지난 6월에 인수했다고 한다. 카페와 숙소만 잘해도 참 좋을만한 환경인데 횟집 그리고 중국집까지... 벌려놓은 일은 많지만 뭐하나 제대로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엄마! 내가 저런 카페 인수하잖아 유리를 깨끗하게, 그리고 완전 포토존 맛집으로 만들 수 있는데”

좋은 장소인데 들어가는 입구부터 쓰레기가 휘날리는 이상한 카페, 그리고 좋은 뷰를 보고 사진을 찍으려 하면 유리에 비친 흙먼지까지 너무 선명하게 나올 정도로 청소상태가 안 좋은 숙소, 싱싱함을 찾아볼 수 없는 횟집으로는 성공하기 힘들어 보인다.

결국 우리 같이 눈탱이 맞는 손님을 낚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관광지라 다시는 안 볼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마음에 들었다면 해마다 갈등 없이 방문하려던 곳인데 참 아쉽다.

물론  이곳을 선전해 주는 불로거도 많다. 잘 읽어보면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받았다는 문구가 자주 보인다.

그리고 뷰와 낚시맛집으로는 인정할만하다.

하지만 그렇게 원고료에 투자하는 것보다 진짜 오는 손님들을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성공하려면 내가 잘할수있는 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덕분에 많은 추억을 갖게 되었고 아무 일 없는 일상의 소중함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