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고교학점제의 두 가지 버전 (현중 3~1/ 현초6이하)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 이수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 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하면 대학교처럼 주어진 범위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같은 학과를 졸업하였더라도 모두 동일한 과목을 수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앞으로는 같은 반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관심과 진로에 따라 선택과목이 다르다.
(일선 교사의 말에 따르면 같은 학교인데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100개 이상의 교육과정이 나온다고 한다.)
자신에게 선택권이 주어진 만큼 수업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임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선택한 만큼 책임도 부과된다.
무조건 출석만 하면 졸업이 가능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40점 이하인 경우 ‘미이수(I로 표기)’로 표기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보충학습이나 재이수, 대체 이수 등을 통해 졸업할 수 있는 192학점을 채워야만 졸업이 가능해졌다.
출처: 서울시교육청
당장 내년부터 85%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시행을 선언하였다.
교육부에서는 현재 중2부터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보다 앞선 행보이다.
그만큼 이미 많은 학교에서 2018년부터 3년간 고교학점제 시범학교를 운영해 봄으로써 발생되는 문제나 보완 사항을 어느 정도 대비한 상태이기도 하다.
학부모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시 고교학점제가 대학 입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가장 궁금해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은 2015 교육과정 그대로(배우는 교과과목이 그대로이다), 수능도 올해와 같다.
쉽게 말해 그냥 이름만 고교학점제이지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당장 내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맞게 되는 현 중3 ~중1 학부모님들은 현재 고등학교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수능에 나오는 과목이 정해져 있으니 당연히 수능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당장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겠다고 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예전 같으면 물리Ⅱ 같은 경우 선택한 학생 수가 한 학교에 2~3명이 채 안 되기 일쑤였다.
이런 경우 예전에는 그냥 폐강되어 다른 과목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런데 고교학점제 하에서는 다른 학교에 가서 수강할 수 있는 공동 교육과정(교육과정 클러스터)도 가능하며 학교에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적극 어필할 수 있는 주문형 강좌도 가능하다. (다만 한 명이 주문한다고 해서 강사료를 지불할 만한 예산이 없기 때문에 추후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몇 명 이상 주문형 강좌 요청 시 강사료를 지불할 수 있다 등의 세부 계획이 세워질 수 있다) 또 주문형 강좌도 여의치 않으나 본인이 꼭 수강하고 싶은 경우 학교 밖 강좌를 통해 학점을 인정한다. 다만 너무 많은 과목을 학교 밖 강좌를 통해 들을 수는 없도록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 밖 강좌는 교육적으로 프로그램이 적합한지 판별하기 위해 시도교육청에 등록된 재단법인 중에서 선별해서 인정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인공지능로봇 만드는 것을 꼭 배우고 싶은데 선생님들이 학교 다닐 때는 그런 학과가 존재하지 않아서 자격증 있는 교사가 없다.
그런 경우 주문형 강좌나 학교 밖 강좌를 통해 학생들의 수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에 설명한 대로 수능시험이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현 중3~중1 학생들이 수능 과목이 아닌 과목을 준비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내년부터 85%가 시행하고, 2023학년도 입학하는 현 중2부터 교육부가 시행한다는 고교학점제는 사실 평가방법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진로선택과목만 제외하고 9등급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고려해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수능과 연계한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큰 변화를 별로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현 초6학년부터 시행하게 될 2025년 고교학점제는 변화된 2022 교육과정이며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 수능시험 또한 서술형 수능으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확실한 내용은 대입 3년 예고제에 의해 2024년 2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 얘기되고 있는 것처럼 수능이 서술형으로 바뀐다면 채점에 대한 공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또 1학년 공통 필수 과목을 제외한 일반선택, 융합 선택, 진로선택 등 다양한 선택과목을
학생들이 진정성 있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1학년 공통필수 과목에서만 수능이 출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이미 서술형 수능에 대한 논의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또 대구나 제주교육청에서는 IB 교육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기도 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교과목을 순수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입시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서술형 수능으로 간다면 평소 학교생활을 통해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많이 고민해볼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하며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내신도 예전의 한 줄 세우기가 불가능한 만큼 내신의 변별력도 약화된다.
학교장 추천 전형을 정할 때도 성적을 산출하여 등수대로 추천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면 서울대 지역균형 전형(전교 1등)에도 대상자를 선정하기조차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1학년을 빼면 다양한 과목에 타학교 학생들과의 수업 등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단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2025년부터 시행될 현 초6학년 대상의 고교학점제에 따른 대학 입시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 같다. 그러나 고교학점제가 성공하려면 성취평가제를 할 수밖에 없고 내신의 변별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교육현장에서 오래 있어본 경험에 의하면
수능 변별력이 낮아지고 내신 또한 변별력이 떨어진다면 당락을 확실하게 정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면접의 비중을 높이던가, 예전처럼 대학별 고사가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그래서 현 초6학년 학부모님들은 예전같이 문제집을 많이 푸는 연습보다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많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토론해보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는 연습을 많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