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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Feb 19. 2024

마음이 심란할 때 몸 쓰는 일이 최고

“여보! 내가 설거지할게 가서 쉬어”

 남편은 설거지를 해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가 발을 다치고 손가락을 다치기 전까지는....

그런데 지난 11월부터 발등과  엄지손가락을 다쳐 몇 바늘 꿰매느라 한 2주씩 병원에 드나들었고 그 후로도 엄지손가락은 생각보다 힘쓸 일이 많았지만 예전 같지 않고 시큰한 느낌이 들었다.

다친 손가락 때문에 물 묻히기 곤란한 나를 대신해 야무지게는 못하지만 그래도 설거지도 해주고 많은 가사 일을 도맡아 해 주었다.

그러더니 요즘은 가끔 그냥 아무 일도 없을 때도 설거지를 해주겠다며 나설 때가 많다.


오랜만에 온 아들은 아빠가 명절 내내 부엌에서 떡국도 끓이고 전도 부치는 모습을 좀 낯설어했다. 하지만 명절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계속 설거지까지 하는 아빠가 낯설고 그냥 앉아있기 민망했던지 자기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섰다.

참 오래 살고 볼일이다.

 지난번 글에서 우리 집에 식기세척기를 두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 것처럼  화재의 트라우마로 식기세척기뿐만 아니라 전자레인지 전기 오븐 에어프라이기등 대부분의 전열기구를 절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남편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설거지를 느리게 해 준다.

그리고 한마디 한다. “여보! 나는 설거지할 때가 머리를 식힐 때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자주 해줄게”

나는 남편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이미 알고 있다.

예전부터 나는 속이 시끄럽고 마음이 불편하면 대청소를 하곤 했다.

몸 쓰는 일을 하다 보면 오히려 잡생각을 잠시 잊고 마음이 정리되곤 했었다.

가끔 친정엄마가 베란다가 잘 정리되어 있으면

“에구 또 싸웠구나“ 라고 하실 정도로 늘 속상하거나 화가 나면 옷방을 정리하고 베란다 청소를 하곤 했다.

하다못해 부엌 싱크대 서랍까지 싹 정리하고 나면 노여웠던 마음이 어느새 풀려있었다.


요즘 남편이 그 비법을 알아낸듯하다.

나는 화날 때 몸을 쓰는데 남편은 머리를 너무 많이 써서 힘들어서  잠시 쉬고 싶을 때 몸을 쓰는 것 같다.

요즘 새로운 수학책을 쓰고 있다.


사람은 몸과 머리를 골고루 써야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는 아직까지는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할 때 가사에 몰두해 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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