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공부 Feb 24. 2024

서로의 몸보다 중요한 것은 언어, 돈!

나는 전직 가정과교사였다.

평생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생각하면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요즘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니  생각도 혼란스럽다.

내 딴에는 성교육을 중요시하면서 은근히 아이들에게 순결교육을 강조한 면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한데 요즘 같으면 피임교육에 더 힘을 썼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들 말이다.

우리가 결혼했을 때만 해도 산아제한을 할 때라 ‘딸아들 구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 아래 셋 이상이면 의료보험이나 세금을 더 많이 내야만 했다.

요즘에 느끼는 세 자녀에 대한 감정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서인지 수업내용도 그런 쪽에 포인트를 많이 맞추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아무 채널이나 돌려서 잠깐만 봐도 남자친구와 2박 3일 여행을 다녀온다는 사연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우리 딸이 좋은 사람이 생겨 자기가 좋아서 함께 가는 여행이라면 응원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손만 잡아도 순결을 잃은 거라는 국어 선생님의 말씀 따라 손잡은 그 한 사람하고 결혼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찌나 억울한지....

그래서 딸에게는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만나고 사귀어보라고 부축이게 된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김창욱강사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잠시 본 거라 그전에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인이 1박 2일을 가서 몸만 공개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언어와 돈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사람의 언어를 알려면 그의 부모가 서로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라고 한다.

그것이 이 남자의 30년 후의 대화방식이 될 것이란다.

그리고 돈을 공개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나는 그 말에 절대 공감한다.

아이들에게 결혼 전에 건강검진표는 물론 신용평가보고서를 서로 교환해 보라는 나의 수업 내용과 일치해서 반가웠다.

솔직히 결혼해서 가장 큰 갈등은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또 돈이 생기면  그 사람이 돈을  주로 어디에 쓰는지 돈에 대한 태도도 아주 중요한 것 같다.


결혼 전에  맘에 안 들었지만 그냥 지나간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제주도사람인 남편은 방학 내내 제주도에 가서도 수학과외로  돈을  벌어왔다.

김포공항에서 만나면 바고 택시를 타고 신촌까지 가곤 했다.

나는 그 돈이면 나중에 더 맛있는 것도 사 먹을 텐데 둘이 만나서 급한 일이 뭐라고 택시비에 거금을 쓰는 게 너무 아까웠었다.

그렇게 방학 내 번돈을 며칠 만에 다 써버리고 나면 돈이 없었다. 나중에는  내 용돈을 털어 1인분을 시켜 나눠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 영화를 보더라도 표를 사기 위해 줄 서는 것도 싫어해서  몇 배가 넘는 암표를 사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 게 참 마음에 안 들었는데 왜 그땐 그걸 큰 문제로 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탈출의 기회가 여러 번 있었건만.....

결혼을 후회한다기보다.... 아니 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전에 서로의 몸을 본 것은 그냥 외모를 본 것에 불과하다.

언어와 서로의 돈을 공개하고 그 사람이 돈이 생기면 어디에 쓰는지 돈에 대한 태도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자신의 돈을 공개할 수 있는 것이 진짜 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밑줄 쫙!!)

매거진의 이전글 수능 보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