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직 가정과교사였다.
평생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생각하면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요즘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니 생각도 혼란스럽다.
내 딴에는 성교육을 중요시하면서 은근히 아이들에게 순결교육을 강조한 면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한데 요즘 같으면 피임교육에 더 힘을 썼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들 말이다.
우리가 결혼했을 때만 해도 산아제한을 할 때라 ‘딸아들 구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 아래 셋 이상이면 의료보험이나 세금을 더 많이 내야만 했다.
요즘에 느끼는 세 자녀에 대한 감정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서인지 수업내용도 그런 쪽에 포인트를 많이 맞추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아무 채널이나 돌려서 잠깐만 봐도 남자친구와 2박 3일 여행을 다녀온다는 사연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우리 딸이 좋은 사람이 생겨 자기가 좋아서 함께 가는 여행이라면 응원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손만 잡아도 순결을 잃은 거라는 국어 선생님의 말씀 따라 손잡은 그 한 사람하고 결혼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찌나 억울한지....
그래서 딸에게는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만나고 사귀어보라고 부축이게 된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김창욱강사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잠시 본 거라 그전에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인이 1박 2일을 가서 몸만 공개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언어와 돈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사람의 언어를 알려면 그의 부모가 서로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라고 한다.
그것이 이 남자의 30년 후의 대화방식이 될 것이란다.
그리고 돈을 공개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나는 그 말에 절대 공감한다.
아이들에게 결혼 전에 건강검진표는 물론 신용평가보고서를 서로 교환해 보라는 나의 수업 내용과 일치해서 반가웠다.
솔직히 결혼해서 가장 큰 갈등은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또 돈이 생기면 그 사람이 돈을 주로 어디에 쓰는지 돈에 대한 태도도 아주 중요한 것 같다.
결혼 전에 맘에 안 들었지만 그냥 지나간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제주도사람인 남편은 방학 내내 제주도에 가서도 수학과외로 돈을 벌어왔다.
김포공항에서 만나면 바고 택시를 타고 신촌까지 가곤 했다.
나는 그 돈이면 나중에 더 맛있는 것도 사 먹을 텐데 둘이 만나서 급한 일이 뭐라고 택시비에 거금을 쓰는 게 너무 아까웠었다.
그렇게 방학 내 번돈을 며칠 만에 다 써버리고 나면 돈이 없었다. 나중에는 내 용돈을 털어 1인분을 시켜 나눠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 영화를 보더라도 표를 사기 위해 줄 서는 것도 싫어해서 몇 배가 넘는 암표를 사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 게 참 마음에 안 들었는데 왜 그땐 그걸 큰 문제로 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탈출의 기회가 여러 번 있었건만.....
결혼을 후회한다기보다.... 아니 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전에 서로의 몸을 본 것은 그냥 외모를 본 것에 불과하다.
언어와 서로의 돈을 공개하고 그 사람이 돈이 생기면 어디에 쓰는지 돈에 대한 태도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자신의 돈을 공개할 수 있는 것이 진짜 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밑줄 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