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능시험인데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괜히 내 마음도 심란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그동안 모두 수고 많았다는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은 날이다.
아침부터 4층에서 재수생이 투신해서 자살을 시도했다는 뉴스가 전해져서 더 마음이 안 좋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후속보도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수능 1교시 언어영역시험을(당시는 국어가 아니어서 훨씬 어려웠다) 보고 학교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학생이 있었다.
1교시 문제가 너무 어려워 포기하는 심정으로....
그 후로 학교에서는 시험 대형을 만들 때 절대 복도창문 밑에 남은 여분의 책상을 두지 못하도록 한다.
책상을 밟고 올라가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가급적 언어영역은 쉽게 내라는 방침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어제 집 앞 학교를 지나가며 예전에 수능 감독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처음으로 핸드폰을 제출하는 제도가 시행되었던 때이다.
소속 학교에서도 누 차례 강조를 했고 수능 당일날 조회에 가서도 선생님들이 몇 번이고 휴대여부를 확인하고 소지한 아이들의 휴대폰을 거둬 왔다.
만약 휴대폰을 제출안 했다가 적발되면 무조건 모든 시험은 부정행위자로 처리된다.
당시 우리 학교는 남학생 이과과목을 선택한 아이들의 고사장이었다.
나는 당시 본부요원으로 선생님들이 걷어온 답안지 숫자를 세며 답안지 누락여부를 확인하고 도장을 찍어주는 업무를 맡았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어떤 학생이 본부석에 조용히 와서 “저기 000000 고사실 두 번째 줄에 앉은 애 핸드폰 갖고 있어요”
놀란 장학사와 함께 교무부장님이 쫓아가서 그 학생을 데리고 왔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아이는 벌써부터 눈물을 글썽이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했다.
과학고 학생이라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 온 3년의 시간이 허망하게 부정행위자로 낙인찍히니 선생님들도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장학사님이 그 아이를 안쓰럽게 바라보시며 “그러게 왜 핸드폰을 제출 안 한 거야?”
당황하고 놀라서 얼굴까지 빨개진 아이가 “ 그냥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떠들어서 음악 듣고 있으려고요”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엄연한 규정이고 이미 신고한 다른 학교 아이가 있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를 부정 행위자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감독이 끝나고 돌아오면서도 두고두고 그 아이가 울먹이며 점심시간인데 봐주시면 안되냐고 무릎을 꿇고 애원하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요즘은 공항 검색대 같은 기기까지 동원해서 핸드폰소지 여부를 파악하지만 그럼에도 작년 핸드폰등 반입금지 물품을 휴대한 부정 행위자가 전국에 9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아무리 잘 지켜도 몸속에 꽁꽁 숨기면 인권침해를 하는 행위를 할 수 없기에 교사들도 어쩔 수 없다.
부디 전국에서 그런 학생이 한 명도 없었으면 좋겠다.
날라리로 학교를 다닌 딸은 "아빠 나 다시 수능 볼까 봐 요즘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어"
딸은 연습생으로 고등학교 내내 10시 이후에 학교에 남아 있지를 않았다.
그래서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가끔 다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말을 툭 내뱉는다.
역시 사람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많은 것 같다.
오늘 가채점을 해보고 희비가 엇갈릴 교실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부디 대학입학이 인생의 목표가 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