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요즘 나의 고민(?)은 30대 후반을 훌쩍 넘긴 두 아이들 모두 이성교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일단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이런 사람도 만나고 소개도 받고 할 테인데
자만추를 고집하는 아들과 일하는 시간을 빼곤 집에서 애완노견 보미만 끌어안고 있는 딸이 걱정스럽다.
자기 옷보다 강아지 옷쇼핑을 더 좋아하고 강아지 산책시키는 일만 하고 있으니 사람이 붙을수가 없다.
사실 딸은 굉장히 예민하다. 그리고 가끔 공황이 온다.
진단을 받아보지 않아서 그렇지 내가 보기에는 불안장애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될 때가 있다.
길을 걸을 때도 뒤에서 달려오는 킥보드소리를 감지하며 한쪽에 가만히 서있으라는 딸!
내가 듣지 못하는 소리, 냄새를 잘 탐지하고 있다.
덕분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수는 있지만 자연스레 반응이 느린 나에게 잔소리가 심해졌다.
그래서 불편하기도 하다.
남편과 노후는 거제도에서 살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안하고 예민한 딸만 두고 떠날 수도 없다.
믿을만한 사위가 생겨야 마음 편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전에 없이 자꾸 사람을 사귀어보라고 권하게 된다.
다 큰 딸과 함께 앉아 TV를 보니 자연스레 ‘나는 솔로’ 같은 연애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그리고 공통 관심사인 궁금한 이야기Y, 실화탐사대,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프로를 함께 본다.
지난주 궁금한 이야기에서는 데이트폭력에 관한 이야기였고, 공교롭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남편이 죽인 이야기였다.
그녀들 모두 처음부터 그렇게 나쁜 남자였다는 것을 눈치챘다면 사귀지 않았을 텐데
TV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면에서 생각해보면 어쩌면 나는 지금 너무 감사한 상황인데 이 행복에 감사하지 못하고 괜한 투정을 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함께 보고 있던 딸이 한마디 한다.
“어머니 사람을 잘못 만나서 죽을 수는 있지만 안 만나서 죽는 경우는 없어요”
공교롭게도 어제는 수능 만점을 받았던 명문대 의대생이 결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자세한 사연은 잘 모르겠지만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좋은 인연이 있으면 만나게 될테고 없으면 지금처럼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 되지
아들도 혼자 사는 게 전혀 불편함이 없다니...
딸의 말처럼 괜히 이상한 며느리 들어와서 분란을 일으키는 것보단 지금처럼 남매끼리 화목하게 잘 지내면 되지 뭐....
결국 우리 둘만의 거제도 로망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