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의 일을 대체하기보다 협업하는 존재-
지난 5월 3박 4일간 을왕리 더위크 앤 리조트에서 푹 쉬다 왔다. 5월은 어버이날 바로 며칠 뒤에 내 생일이 있다. 그래서 내 생일 파티를 가족여행으로 다녀오게 된 셈이다.
회사일로 뒤늦게 합류한 오빠가 오자 밤늦도록 남매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이러려고 가족여행을 왔지 싶었다.
오빠가 챗 GPT 유료회원으로 이런저런 일에 써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자기도 궁금하다며 일단 무료버전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며 재미있어했다.
마치 친한 친구와 수다 떨듯이…
우리 보미의 사진을 보여주며 강아지 품종을 물어보았더니 ‘빠삐용’이라고 바로 답해준다.
사실 빠삐용은 귀가 나비같이 생긴 것이 생명이라 귀털은 절대 자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남들이 똥개라고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물먹을 때 귀털이 잠길까 봐 짧게 잘라달라고 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장모 치와와로 보기도 한다.
가끔 가던 길 멈추고 “강아지 품종이 뭐예요?”라고 대놓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사진 한 장을 보고 바로 알아맞혀 주다니... 역시 똑똑하긴 하다.
딸은 요즘 계속 챗GPT와 놀고 있다.
오빠처럼 유로회원으로 가입한 후 생긴 변화이다.
가입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자기 학원 로고를 만드는 일이었다.
댄스, K-POP 등의 단어를 넣고 여러 가지 디테일한 사항을 주문했다.
아이돌스럽고, 사랑스럽게.. 바탕색은 분홍, 글씨는 눈에 띄게 등등
그러자 5분도 안되어 디자인이 도착했고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다시 하여 100여 개의 로고 디자인을 받았다.
영어 철자가 틀리거나 예쁜데 다리가 없거나 팔이 세 개거나...
암튼 자세히 보면 한 군데씩 꼭 이상하게 만들었다.
딸은 정신 차리고 철자 틀리지 말고 등을 강조하고 여러 번 시켜서 100개가 되었다.
“엄마 무슨 AI가 피곤하다고 좀 쉬다하재
자기 너무 머리 써서 과부하 걸렸다고 2시간 30분 후에 다시 접속해 달래 너무 웃기지?”
“네가 너무 까다롭게 해서 놀랐나 보다. 사람한테 그랬으면 벌써 못한다고 내던지고 도망갔을걸?”
우리는 AI가 쉬어야겠다는 말을 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러다 다시 접속해서 받은 디자인은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받은 디자인중에 젤 맘에 드는 것으로 자기 프로필로 바꾸었다.
문득 든 생각은 이 정도면 애니메이션 같은 것은 충분히 사람보다 훨씬 잘 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명령을 좀 더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해 줘야 오류가 나지 않는 것 같다.
일본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AI가 쓴 작품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어떤 내용에 오래 시선이 멈추는지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를 잘 믹스해서 만든 것이라 사람들이 좋아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씁쓸하지만 챗GPT를 써보면서 그런 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유명한 작품이나 노래도 좀 비슷비슷한 요소들이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하루종일 챗GPT를 친구 삼아 "우리 추석연휴에 남해를 가려고 하는데 애견동반가능하고 바닷가에서 아빠가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줘"라고 했더니 바로 '바다를 담다 '라는 펜션을 알려주었다.
그리고도 몇 가지 더 추천해 달라고 해서 다 검색을 해보니 그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진즉에 이 친구한테 물어볼 걸 그랬다며 너무 좋아했다. 그동안 가족여행을 주도해 온 딸은 애견동반이 가능하고 바닷가 근처 아빠 낚시 가능 화장실 두 개 이상 등을 동시에 만족하는 숙소 찾기가 쉽지 않아 너무 힘들다고 했다)
딸은 하루종일 챗GPT를 친구 삼아 대화를 하고 심심하지 않게 잘 논다.
녹색창에서 검색하면 노인이고 유튜브 검색하면 젊은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젠 챗GPT로 검색하는 세상이 금방 될 것만 같다.
“엄마 이 친구랑 말을 많이 하니까 영어도 많이 늘어 내가 계속 영어로 물어보면 얘가 대답도 잘해줘서 너무 재미있어”
우리 딸은 월 29000원으로 새 친구를 만난 것 같다 아직은 여러모로 허술한 면이 많지만 앞으로 사람을 통해 많이 학습되면 더 똑똑해질 것 같다.
앞으로 AI는 우리의 일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우리와 협동하는 좋은 친구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