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일정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가족 여행은 나의 생일 파티를 대신한 여행이다.
어버이날이 며칠 지나지 않아 내 생일을 맞았다.
내가 손수 음식을 장만하기도 그렇고...(그동안은 반려견을 동반한 식당을 찾기가 어려워 딸이 요리를 배달시켜 줬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가족 여행을 제안했다.
아이들도 좋은 생각이라며 무조건 시간을 내보겠다고 해서 성사된 여행이었다.
내 생일을 대신한 여행이지만 장소는 낚린이면서 꼭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남편의 영향이 컸다.
가까우면서 바닷가이면서 낚시 가능하고 애완견 동반 가능한 숙소는 찾기 힘들다.
게다가 그동안 서해안에 대한 편견 때문에 무조건 바다는 동해로만 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우연찮게 가 본 태안이 너무 맘에 들었지만 숙소나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곳을 찾아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찾아낸 더위크 앤 리조트는 을왕리에 있었다.
우선 가까워서 좋았고 걸어서 방파제까지 걸어가는데 9분 정도 걸리는 바닷가 근처이다.
또 아빠의 낚시 시간에 딸은 숙소 식당에서 반려견 보미와 함께 밥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서울 근교라 그런지 밤만 되면 사람들이 어디선가 쏟아져 나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젊은 연인들이 조개구이를 먹으러 많이 오는 듯했다.
우리처럼 길게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보였다.
며칠째 우리를 관찰하던 조개구이집 사장님이 지나갈 때마다
“아직도 안 가셨어요? 그런데 저희 집엔 한 번도 안 오시네요”라고 웃으며 인사를 했다.
줄줄이 이어선 식당에서 굳이 어딜 들어가야 할지 고민 중이어서 우리도 웃으며 친절한 사장님 가게로 들어섰다.
역시 사장이 직접 영업을 해야 적극적이 되는 듯하다.
사장님은 우리가 3일째라는 것까지 기억할 정도로 관심을 갖고 보고 있었다.
전날에는 다른 가게에서 조개구이를 먹었는데 조개를 구워내느라 남편이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구이 대신 조개찜 스페셜 메뉴를 시켰는데 서비스라고 푸짐하게 더 얹어주었다.
을왕리는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는 바다 중간까지 걸어 나갈 수 있을 정도이다. 홍해가 갈라지면 이런 모습이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들물 때는 드러났던 갯바위가 다 가려진다. 물때를 잘 알아봐야 하는 곳이었다.
갯벌을 덮은 바닷물이라 색은 그리 예쁘지는 않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낚싯대에는 예쁘게 생긴 게 들만 잔뜩 올라왔다.
당분간 조개를 먹고 싶은 생각이 없을 정도로 조개구이 조개찜 생선구이를 실컷 먹고 올 수 있었다.
아들이 늦게 합류하자 신이 난 남편이 갑자기 숯불바비큐를 해 먹자고 했다.
안 그래도 여행을 떠나기 전 바비큐도 해 먹자며 고기도 사가자고 했었다.
나는 생각만 해도 귀찮아서 단칼에 싫다고 했는데 아들이 좋다고 하니 남편이 더 의기양양해졌다.
사실 저녁에 숙소 앞에 유명한 물회집이 있어서 그곳으로 가기로 했었다.
(여기는 어디를 가도 KBS, SBS, MBC 어디든 출연 안 한 집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런데 낮에 너무 회 종류를 먹어서 익힌 음식을 먹어야 탈이 안 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아들은 숯불도 금방 지피는 데 성공한 아빠가 대단한 거라며 추켜세웠다.
신이 난 남편은 고기도 구워주고 우리 반려견이 식당에서 눈치 안 보고 편하게 같이 있는 게 더 좋다고 했다. 3박 4일간 크게 뭘 한건 없지만 그냥 기분전환은 충분히 하고 올 수 있었다.
이렇게 가족여행을 통해 추억으로 간직할 멋진 사진도 많이 남겼다.
여행은 좋은 것이지만 돌아올 곳이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6월 남편 생일에는 부부 동반으로 가라며 아들이 아야진 해변가에 좋은 숙소를 잡아주었다.
바위 위에 서서 고기 잡기 좋은 곳이라는 말에 남편은 벌써부터 들떠있다.
보미 때문에 꼼짝 못 하는 우리들을 위해 아들은 집에와서 재택 근무를 하며 보미를 돌봐주기로 했다.
그나저나 너희들이 고생이 많다.
엄마,아빠 기쁘게 해 주려고 너무 애쓰는 것 같다는 생각에 갑자기 새벽에 잠에서 깨어 우리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했다.
아무리 부모라도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진 않은데....
너희들 벌써 지친건 아니지? 우리 20년은 더 살것 같은데 우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