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얻고 알게 된 진정한 감사1-
“선생님 어디 아프세요? 얼굴이 하얘요”
수업 중에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아 불안해졌다.
아이들이 놀라서 “선생님 앉아서 쉬세요”라며 걱정을 해준다.
이런 증상이 여러 번 반복되어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도 방 걸레로 청소를 하다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때가 가끔씩 생겼다.
처음에는 공주같이 살아야 하는데 힘든 청소로 그런다는 농담을 했다.
애써 큰일이 아닌 걸로 여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증상이 자꾸 반복되니 덜컥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가기 싫지만 안양에 있는 종합병원에 가게 되었다.
“남편이 바람피우세요?” 의사가 대뜸 내뱉은 첫마디에 기분이 상했다.
초음파며 뭐며 하라는 검사를 다하고 결과를 보러 갔더니
이게 무슨 막말이란 말인가?
168cm의 키에 49kg의 몸무게는 누가 봐도 마르고 신경질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 보는 환자한테.....
결론은 검사 결과 아무렇지도 않은데 숨이 막힌다고 온 걸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나는 돌팔이 같은 의사에게 시원하게 욕을 해주고 싶었지만 얼굴만 붉히고 돌아섰다.
식구들 걱정이 커져서 나도 가급적 마음을 평안하게 먹으려 노력하고
모든 집안일은 도우미 이모님에게 맡겨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가끔씩 심한 부정맥으로 불안과 공포가 밀려왔다.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를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딸 때문에 걱정이 많던 엄마는 교회 인맥을 총동원하여 명의로 소문이 난
최규식 내과병원(현재까지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을 소개받게 되었다.
처음부터 모든 검사를 다시 받았다.
초음파 검사에서 한 곳을 여러 번 집중해서 찍어보는 것을 보고 뭔가 불안감이 밀려왔다.
원장님과 상담을 통해 콩팥 옆에 정말 아주 작은 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갈색세포종’으로 추정된다며 대학병원으로 검사한 차트를 넘겨주시겠다고 했다.
나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병명에 당황했지만 일단 안심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고치기 어려운 병은 원인을 모르는 병이라고 한다.
그 조그마한 혹만 떼면 된다는 거지?
병명이 있다는 것은 고칠 수도 있다는 뜻이니 천만 다행이라 여겨졌다.
“혹시 주변에 화장실 가서 볼일보다 갑자기 죽었다는 소리 들어보셨어요?”
이게 그런 병입니다. 대부분 병명을 모르고 갑자기 사망하는데 운이 참 좋으세요”
나는 차 타고 오는 내내 성남 oo 여중에 근무할 때 화장실에서 혼자 쓰러져 죽은 제자의 일이 떠올랐다.
수업 중에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해서 보내준 선생님은 그 일로 경찰 조사도 받고 학부모로부터 엄청 시달려 위자료도 주었던 아픈 기억이다.
어쩌면 그 아이도 나 같은 병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