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공부 Jul 25. 2024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자기 주도력 향상을 위한 가족여행-

요즘 자녀교육의 관심주제 중 하나는 ‘자기 주도력’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기 주도적으로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어려서부터  “내가! 내가 할 거야! ”라는 말을 자주 하고 “싫어”라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표현할 줄 안다.

조세핀 김 하버드대학교수는 처음 미국 친구 집에 갔을 때 친구 엄마가 “저녁에 뭐 먹을래?”라고 친구의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친구의 의견을 물어보고 존중해 준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는 자녀의 의견보다는 부모가 알아서 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자기 주도력 향상을 위해서는 작은 일에도 가급적 아이의 의견을 물어봐주는 게 필요하다.

“엄마는 지금 마트에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 아니면 그냥 혼자 집에 있을래? 아니면 친구집에 데려다줄까?” 이런 식으로 항상 2~3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질문해 주는 게 좋다.

그러면 아이는 자신이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불만도 적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모습도 보인다.


나는 방학을 맞아 가족여행 계획을 아이들에게 짜보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연령에 따라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해 오면 함께 고민해 보고 정보를 주어 스스로 찾아볼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우선 1. 가족여행에 드는 경비가 얼마인지를 밝혀준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려면 아이들이 가장 배워야 할 일이 정해진 범위 안에서 효율적인 소비의 경험을 쌓아 보는 것이다.

예산 범위 안에서 쓸 수 있는 숙소비나 식비 산정을 해봄으로써 가성비 높은 소비를 배워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예산안에서 몇 박 며칠간의 여행인지도 함께 정한다.

요즘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숙소비나 식당 메뉴까지 다 뜨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의 식성과 물가를 고려한 식단을 계획하여 타인에 대한 배려심, 공감능력도 향상할 수 있다.

2. 여행의 주제를 정한다.

쉽게 말해 힐링을 위한 여행, 체험여행, 역사탐방여행 등 우선 주제를 함께 정해 본다.

그리고 그 주제에 맞고 예산에 맞는 여행지를 함께 고민해 본다.

이 두 가지는 온 가족이 함께 정한 후. 뭘 먹을지, 어디를 방문할지 등 세세한 계획은 아이가 스스로 여행일정을 세워보도록 한다.

계획을 세우다 보면 그곳의 주요 관광지를 찾게 되고  궁금한 질문이 생길 수도 있다.

가령 왜 전주에는 비빔밥이 유명해졌을까 등

그 지방에 가서 꼭 확인해보고 싶은 질문 몇 가지를 적어보고 그 대답을 찾는 여행이 되면 더 좋다.

(여담이지만 우리 아들은 우리는 미국산 소보다 한우를 더 높게 평가하는데  과연 미국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미국 출장중에 여러명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들도 국내산미국소보다 한우가 훨씬 맛있다고 했단다)


물론 완성된 계획서를 보고  수정을 해보기도 하고 더 추가하는 것도 좋다. 그러면서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깨달을 수 있어서 좋다.

자신이 계획한 대로 가족이 여행을 다녀오게 된다면 책임감뿐 아니라 기획력도 좋아지고 세상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던 고등학교에서 이렇게 수학여행을 가 본 적이 있었다.

맨 처음에는 담임들이 다 반대했다.

학교단위로 여행을 가면 인솔자인 교감이나 학년부장의 지도에 따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담임들이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줄어들지만 반별로 수학여행을 가면 담임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단독으로 가기 부담스러워하여 두 반씩 묶어서 계획을 짜도록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중학교 내내 반에서 찬밥신세였던 아이들이라고(비평준하지역학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이들은 멋지게 해냈다. 또 자신들의 계획대로 여행을 다녀오는 경험을 해봤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여행 중에 각자의 역할이 주어지니 핸드폰만 보고 밤이면 술을 몰래 먹는 그런 여행이 아니어서 선생님들도 너무 좋았다고 한다.

어떤 반은 일부러 고기뷔페에 가기 위해 라면을 몇 끼 먹기도 했었다.

하지만 스스로 계획한 일이라 다른 불만이 없었다.

여행 후 달라진 변화는 상승된 자신감이었다.

자기들이 계획한 대로 선생님은 그저 따라가 주고 숙소도 스스로 찾아보고 비용계산도 해서 반 인원수로 정확히 나눠 지불했다. 반 아이들 전체가 여행의 기획자 책임자로서 각자의 역할이 다 있으니 모두 주도적으로 움직일수 밖에 없다.

부모주도로 가는 여행은 집에서 먹던 고기를 밖에서 먹는 차이밖에 별다른 흥미 없이 여행지에서도 핸드폰에만 빠져 있을 수도 있다.

아이들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 알게 되는 사실도 많다. 그렇게 세상을 배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훌쩍 마음이 커진 아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변화에 정말 많이 놀랐다.

그리고 힘들었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는데 마음이 모아졌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우리 아이가 주도하는 가족여행을 강추하고 싶은 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초가 생사를 갈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