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공부 Jul 04. 2024

1초가 생사를 갈랐다

요 며칠 서울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에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지만 목격자들은 급발진은 아닌 것 같다는 증언이다.

사고 운전자는 자신은 베테랑 버스기사라며 급발진을 주장하지만 차량 감식을 해서 확인할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시간이라 그런지 사망자 9명, 부상자는 운전자 포함 6명의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사망자 중에 당일 승진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인사발령을 기념해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인도에 모여있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인생의 아이러니..... 오히려 승진을 못했다면 그날 그 자리에 없어서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까?


사고를 내기 전 사고차량이 찍힌 영상을 보게 되었다.

어떤 남자가 길을 건너자마자(핸드폰을 보며 느릿느릿 걷고 있었음) 1초도 안 지나서 그 차가 돌진하는 장면이 찍혔다.

그 화면을 본 당사자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만약 1초만 늦었더라면 그 남자 포함 사망자의 수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나는 운명론자는 아니다.

하지만 신앙인으로서 모든 만사를 그분이 이끌고 계심은 확신하고 사는 사람이다.

어제 이 영상을 보며 내가 당했던 일과 너무 비슷해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가 간암이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였다.

가족 간에도 전염될 수 있는 간염이라 남편은 당장 사표를 내고 집안에만 있기를 원했다.

결혼해서 줄곧 싸우는 이유 중 하나가 남편은 내가 전업주부로 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내 자격증에 뭐 보태준 거 있냐며 극단으로 치닫는 감정싸움의 연속이었다가 엄마의 간암 판정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만약 내가 없다면 어린 우리 아이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해서 남편의 말대로  사표를 낸 적이 있었다.


짐을 다 챙겨 송별식에 참석했다.

한동네에 사는 수학 선생님이 집안에 일이 있다며 먼저 일어났다.

나도 함께 집으로 가려고 함께 차를 탔었다.

학교를 옮기는 게 아니라 영영 그만두는 사람이 어딜 먼저 가냐며 짝꿍 선생님이 차에 탄 나를 반 강제적으로 끌어내렸다.

수학 선생님은 내 짐은 우리 집에 가져다 놓을 테니 선생님들과 뒤풀이를 더 하고 오라며 떠나버렸다.

동료 선생님들과 수다를 떨고 아쉬움을 달래고 있던 15분 사이 전화벨이 울렸다.

수학선생님이 교통사고로 종합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사고 난 차를 보고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좀 전에 내가 앉아 있었던 자리까지 봉고차가 밀고 들어와 있었다.

(사고 전담반에서 사진을 찍고 경찰에서 올 때까지 그대로 세워진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마 그 자리에 앉아 그대로 함께 갔었더라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수학 선생님도 얼굴 전체에 유리파편이 박히고 갈비뼈에 금이 가서 오랜 시간 병원에 입원하셨다.


나는 가끔씩 나를 이 세상에 더 살게 하신 이유를 생각한다.

예전에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어른들이

“이 세상에서 할 일을 다 한 사람들은 편히 쉬게 데려가신다”며 위로를  해주셨다.

엄마도 막내가 6살 때까지 살뜰히 잘 키워주시고 가셨다.

그래서 나는 내게  주어진 지금의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다.


안타깝지 않은 죽음은 없지만 유독 더 마음이 쓰이는 이유이다.

이번 사고로 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유가족들의 마음속에 하늘의 큰 위로와 사랑이 함께 하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