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공부 Jul 16. 2024

유전과 환경의 영향력은?

뒤바뀐 운명:보고타 쌍둥이 사건

예전에 아동학 시간에 교수님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동학의 어려운 점은 연구 대상 아동보다  연구학자가 대부분 먼저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연구해서 결과까지 리포팅하고 분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임상실험과 달리 정신적인 면이 함께 연구되어야 해서 심리학도 함께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람은 환경과 유전 두 가지 모두의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느 아동학 교수님이 인간은 유전과 환경 중 어느 것에 더 영향을 받는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때마침 자신에게 쌍둥이 아들이 태어났다.

교수는 한 명은 자신이 키우고 한 명은 보육원에 맡기면서 자신의 연구 의도를 밝혔다고 한다.

결과는 어땠을까?

자신이 키운 청소년이 된 아들은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며 학업성취도도 아주 높았다.

반편 보육원에 맡겨진 다른 쌍둥이는 폭력적이고 매사에 부정적인 거친 아이로 성장해 버렸다. (당시에는 개인입양이 쉽지 않아 그렇게 했겠지만 개인 입양을 했더라면 다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중에 모든 사실을 밝히고 집으로 데리고 왔을 때 그 아들의 반발이 너무 심했다.

어떻게 자신을 실험의 도구로 쓸 수 있냐며 아버지와의 연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나라도 아마 그런 아버지를 잘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엊그제 넷플릭스에서  뒤바뀐 형제들: 보고타 쌍둥이사건을 보았다.

그때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라서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다.

쌍둥이 형제가 각각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와 한 쌍둥이는 콜롬비아에서도 아주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쌍둥이 중 한 명이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보고타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게 된다. 그때 태어난 쌍둥이 형제 중 한 명과 아픈 쌍둥이 팔목에 채워진 띠가 떨어지면서 다른 쌍둥이 아이와 이름이 바뀌게 된다.

보고타에 오게 된 쌍둥이들은 아빠는 없었지만 (이혼 후 돌아가심) 밝고 생활력 강한 엄마의 애정 어린 돌봄과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둘 다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다.

원래는 보고타에 살아야 할 한 쌍둥이는 마약판매 등으로 항상 군인들이 총을 차고 마을을 지켜서 학교도 다니기 힘든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늘 자신은 보고타에 가서 살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살았다고 한다.

 보고타에서 자라 회사생활을 잘하는 쌍둥이 동료가 친구의 추천으로 정육점을 가게 된다.

거기에서 자신의 직장 동료와 똑같은 남자가 고기를 썰고 있었다.

직장 동료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는 체도 안 해서 정육점에서까지 투잡으로 일하는 게 부끄러워서 그러는 줄 알았다고 한다.

너무 이상해서 자기가 정육점에서 너와 똑같은 사람을 만났다며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본 그 동료도 깜짝 놀랐다. 그동안 자신은 쌍둥이인데 얼굴도 안 닮고 생각하는 것도 많이 달라 항상 다투며 살아왔다고 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놀란 것은 그 정육점에서 일하는 쌍둥이 형제 둘이 찍은 사진을 보고 나서이다.

 완전히 자기 집에 같이 살고 있는 형제쌍둥이와 똑같은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육점을 하는 쌍둥이의 연락처를 받아 함께 만났다.

그래서 결국 쌍둥이 짝이 뒤바뀐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쌍둥이임에도 불구하고 25년이 되도록 너무 다른 환경에서 살게 된 쌍둥이!!

그래서 학자들이 이 일에 관심을 보이며 여러 가지로 검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이거야 말로 인간이 유전에 영향을 받느냐 환경에 더 영향을 받느냐의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환경이 서로 달랐음에도 원래 보고타에서 커야 할 쌍둥이 한 명은 엄마의 유전자를 받아 밝고 긍정적이며 진취적인 면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닐 환경은 아니었지만 시골집의 다른 형제(원래대로라면 자기의 형제들이 아님)들과는 전혀 다르게 정육점을 하며 돈을 벌었고 독학으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다. 그 집안에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성격도 혼자만 외향적이다.

그래서 학자들이 이 쌍둥이 사례를 들며 인간은 물론 환경에도 영향을 받지만 유전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는 인터뷰가 나온다.


결국 인간은 부모로부터 받은 성향이나 성격, 삶을 대하는 태도 등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거기에 더해 좋은 환경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여기서 좋은 환경이란 꼭 물질적인 환경이 아니라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대해주는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닌가 싶다.


함께 TV를 보고 있던 딸에게  갑자기 큰소리를 쳤다.

“딸 잘 봤지? 네가 가진 장점은 어떻게 만들어졌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