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엄마에 나오는 대사 한마디-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한국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만큼 K콘텐츠가 세계에서도 통하고 있음이 증명된 것 같아 괜히 국뽕이 차오른다.
요즘에는 TV와 동시에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많다. 좋은 점은 시간과 요일에 관계없이 시간 될 때 몰아서 볼 수 있어서 좋다. 더 글로리는 아예 넷플릭스에만 볼 수 있어서 며칠간 몰아서 본 드라마 중 하나이다.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추천으로 띄우는 드라마 중에 우연히 ‘나쁜 엄마’를 보게 되었다.
현재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이다.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어렵사리 검사가 된 아들이 교통사고로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뇌가 다쳐 7살 정도의 지능을 갖게 된다. 극 중 엄마가 신체적으로도 부자유해지고 정신적으로도 어려진 아들에게
“네가 7살로 돌아간 것은 하늘이 새롭게 살 수 있도록 한번 더 내려준 기회”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흔히 다시 태어나면 ~~~~~게 살지 않을 거야 이런 말을 장난 삼아하곤 했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갑자기 내가 7살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예전에 남편이 “다시 태어나면 나랑 또 결혼할 거야?”라는 질문에
정색을 하고 “ 그럴 거면 안 태어나야지”라고 답했던 적이 있다.
(제발 부부간에 이런 곤란한 질문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남편은 두고두고 그 말이 충격적이었다고 지금도 가끔 투덜댄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냥 한 번쯤은 혼자 살아보고 싶은 것뿐이다.
그래서 마흔을 바라보는 아들이 혼기를 놓쳤다며 걱정하지도 않는다. 결혼해 봐야 부모심정 안다지만 이미 철들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정도로 딸도 성숙해졌다.
나는 아이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고 거기에 만족한다면 어떤 것도 다 괜찮다는 생각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지금처럼 독신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나는 solo'를 보며 40대의 결혼이 쉽지 않음을 실감할 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내게 새로운 삶이 주어진다면 독신으로 살면서 일과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6시 내 고향‘ 같은 프로그램의 리포터가 되고 싶다. 난 지금도 가끔 고등학교 때 ‘우리들 세계’라는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알게 된 안 PD(추후에 sbs 사장이 되심)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방송은 50분 정도지만 한 달 동안 방과 후 시청각실에서 방송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PD와 많이 친해질 수밖에 없다. 그 후에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8.15 특집 방송이 편성되었다. 그동안 출연했던 학교에서 한 명씩만 대표로 출연할 때도 나를 출연시킨 사람이 안 PD였다. 명동성당 안에 있는 계성여고를 다녔기에 당시 남산에 있던 KBS 방송국과 가까워 가끔 방송국으로 불러 맛있는 것도 사주셨다. 다른 PD들에게도 인사시켜 주며 몇 번이고 당부했던 말은 “대학교만 들어가면 나를 꼭 찾아와라 넌 리포터로서 자질이 있어”
당시에는 교사로서의 삶이 좋아 포기했지만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이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멋지게 서귀포 앞바다를 소개한다고 생각했는데
“엄마 왜 그래? 무슨 꿈인데 계속 웅얼웅얼....ㅎㅎㅎ 어제 물김치 담느라고 힘들었나 봐 들어가서 편하게 주무슈”라며 나를 흔들어 깨웠다.
에구구 이걸 보고 “꿈 깨!”라고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