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며르치

by 글마루

어느 남해 바닷속 며르치 떼

은빛 비늘 떨치고

한 무리는 굵은 소금으로 칠갑을 한 채,

컴컴한 동굴 속에서 제 몸 삭혀 천년을 보내고

한 무리는 펄펄 끓는 소금물 속으로 유영한다

앗! 비명을 지르기도 전

이리저리 부대끼며 부유하다

해풍에 몸 말리고

산 넘고 물 건너 다다른 타향

대가리 떨어진 놈,

배 터진 놈,

자못 도도한 놈,

자못 음전한 놈

똥을 발랐다.

가는 숨 쉬는 늙은이처럼

미라가 된 몸

늙은 몸뚱아리 진물만 빼기 아쉬워

한 마리 입에 물었더니

침 가득 단맛이 흘렀다

늙은 며르치는

우리 아비처럼 다 내어주고

눅진눅진 손끝에는

비릿하고 짭짤한 바다 내가 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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