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지수 100점
오늘의 운세지수 100점
"힘나고 기운찬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하루"
아침부터 바쁘게 핸드폰이 울린다.
오늘 저녁에 달리기 약속이 있었던 동료한테 운동화 착샷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도 운동화 사진 보내면서 오늘 저녁 신나게 달릴 가벼워진 몸이 벌써부터
설레었다. 어? 진짜 힘나고 기운찬 하루가 아침부터 시작되는구나~ 아무런 노력도 없이 받게 된 100점이란 점수에 아무런 대가 없이 혼자 들든 하루를 시작됐다. 잠깐 배시시 웃는 것도 잠시 회의에 들어갔던 팀장님이 나오시더니 팀 내 분위기가 술렁인다.
여기저기 임원회의 때 나온 이야기를 공유하더니 점점 목소리가 다가왔다. " 잠깐 나 좀 보지?" 왜 다들 공개적으로 내용을 공유하는데 나만 따로 부르지? 예상하는 시나리오도 그리지 못한 채 다이어리랑 주섬주섬 챙겨서 졸졸 따라갔다. 생각보다 코로나 이슈로 회사의 재정이나 이익률에 대한 문제점과 심각성을 말씀하신 뒤 경쟁사 혹은 관계사들의 행태를 확인하고 대안을 모색해보자 라고 하신다.
진급한 첫해의 쏟아지는 열정을 아신 건지 자꾸 일이 몰리지만 또 그게 썩 나쁘지 않았다.
함께 뜻을 같이 해주는 후배들이 있었고, 지금 하는 일이 생각보다 내 적성에 잘 맞고 사실 이 두 가지만 있어도 너무 행복한 직장생활이라 여기며, 덥석 네~ 알아보겠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답을 하긴 했지만, 그랬지만 사실 돌아서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경쟁사에 아는 사람도 없었고, 안다 하더라고 또 이런 민감사항을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머리가 깜깜해졌다. 또한 어떻게 알아본들 대안은 또 어찌 강구해야 하냐는 말이다.
먼저 경쟁사 및 관계사를 쭉 적어보았다.
흠 세 군데 정도로 압축해서 알아보면 될 거 같은데, 그중 한 군데는 한 두 달 전에 직접 찾아가서 업무 프로세스 관련해서 물은 적이 있었다 다행히 계열사여서 친절히 답해주신 기억이 나 민망함을 무릅쓰고 연락을 드렸다. 건강하시냐며 안부를 물으며 시작한 질문은 생각보다 너무 세세하게 알려주셔서 전화기 들고 연신 인사를 꾸뻑하고 끊었다. 문제는 경쟁사 두 군데였다. 안 그래도 민감한 시즌일 텐데.. 이를 어쩌나 커피를 더블샷으로 말은 뒤 혼자 탕비실에서 고 카페인을 들이켜는데 운명처럼 한 동료가 들어온다. 몇 달 전 경쟁사에서 이직한 후배였다.
카페인의 순간적 각성효과 때문이지, 아니면 그녀가 나의 해답의 열쇠를 찾아줄 여신으로써 보였던 건지 그저 최근에 바꾼 사무실 조명의 조도가 높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감았다 뜨면서 말을 걸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그녀에게 회사 적응은 어떤지 친절하게 다가간 나의 모습이 그녀도 나쁘지는 않은 듯 이전 회사의 업무 관련 프로세스 등 원하는 바를 알아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경쟁사는 지인이 없었으나 팀원 중에 학교 동기가 거기 다는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어서 다짜고짜 팀원에게 연락처를 물어보고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메시지를 미리 보내준 팀 원덕에 그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당신네 회사가 너무 우리 회사에 귀감이 되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전략을 잘 세우느냐 힘들지는 않은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더 나아가 디자이너로써의 우리의 지향하는 삶은 무엇인지까지는 거시적인 대담까지 이어졌다. 첫 통화에서 이렇게 깊이 이야기하게 될 줄은 몰랐을 뿐 아니라, 경쟁사 파악이 오전에 대부분 끝났다. 이제 대안만 생각하면 됐다.
전 화를 끊고 회의실 문 밖 창문을 내다보고 있는데, 벚꽃이 흩날리는 오습을 보며 문뜩 업무과다로 머릿속이 꽉 막혀있을 때 소화제 역할을 해주시던 예전 사장님이 떠올랐다. 사장님으로 계실 때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그분이 해주시던 업무 조언들은 마치 뭉근하게 달여진 자연 약재로 만든 자연 한방소화제처럼 자극적이지 않는다. 여러 성분이 혼합된 화학성분을 통한 즉각 효과는 아니지만 서서히 자연적으로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면역력 체계를 재생시켜주는 조언을 주시곤 했다.
안부 문자를 보내자 전화가 왔다. 아직까지도 사장님이라 저장되어 있어 나도 모르게 멈칫하면서 선배라고 저장을 다시 해야겠다 하고 생각을 잠깐 스치듯 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내용과는 별개로 상황에 대한 상황을 묵묵히 들어주시는 게 그저 든든했다.
벅찬 하루를 마무리 짓고 퇴근하려 짐을 주섬주섬 챙기다 벅차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답한 나를 자책할 새도 없이 예기치 못한 이들이 도움의 손을 덥석 잡아주고, 대뜸 전화해주고 같이 뛰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런 하루- 갑자기 너무 많은 일과 조언과 이야기들이 엉켜 피곤했지만 정서적인 포만감이 꽈악 채워줬다-
운세 100점 이하기에 누군가 행운 꾸러미를 던져줄 거라 생각했던 가상 시나리오와는 다르지만 100점 운세의 내 하루는 조금 부족한 하루를 만났을 때 비축해놓은 열량을 나누어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꽤 영양가 높은 하루임에 분명했다.
그야말로 힘나고 기운찬 하루를 보낼 수 있은 운세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비록 하루의 끝자락에 느낌이 아쉽지만,
운세.. 이거 진짜 맞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