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을 찾는 일
2015 IKEA의 국내 상륙과 함께 북유럽 인테리어 스타일이 온통 휩쓸었던 적이 있다.
따뜻한 무드의 오크우드 바닥과 이국적인 느낌의 헤링본 시공, 밝은 화이트톤의 절제된 가구 스타일링은 자극적이지 않은 스타일이 보편적인 호감도를 사기 충분했다.
북유럽스타일의 사랑을 받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떤 모습을 하고 그 자리에 있어도 찰떡 같은 조화가 가능한 중성적인 매력이 아니 였을까?
이런 인테리어의 흐름이 2017년부터 주춤하더니, 2018년 마치 북유럽으로 귀향했다 해도 믿을 정도로 거의 보이지가 않았다.
함께 왔었던 “킨포크”와 “휘게”라는 라이프스타일 키워드 조차 잠깐 여행지에서 만난이들 처럼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2018년 기준 일인당 소득 3만불시대가 되었다. 먼저 3만불시대를 지나온 선진국들의 예를 살펴보면 이시기에 몇가지 재미있는 일상의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식물 산업의 호황
주거 및 생활 관련사업의 고도화
디저트의 일상화
자기 만족과 삶의 질에 대한 중요성에 대한 언급도 같이 맞물려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저걸 다 어떻게 관리하지? 라는 의문이 드는 식물 가득한 카페와 다양한 디저트샵, 개성 있는 편집 샵들의 확대는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소품종 대량생산에 대한 반항적 면모라 보여진다.
그 동안은 인테리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스타일링이 중요했던 시기 였다고 볼 수 있겠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기 이전에 남들이 좋아해주는 곳이 우리를 안심하게 했던 것이다. 그 시기를 지나고 보니 공간에 나 자신은 없었던 것이다.
청순한 스타일링을 다들 좋다고 하니 나도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나는 비련의 주인공보다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를 더 좋아했고,
온몸의 악세사리로 볼드 하게 스타일링하고도 빨간 구두로 엣지를 살리는 맥시멀한 모습을 동경하는데, 그런 내가 지하실에 있는지도 모른 채 바닥시공이 되 버린 것이다.
작년부터 유행어처럼 불리던 욜로와 소확행 또한 내안의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의미의 시작 점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공간, 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공간은 어떤 공간일까?
최근에 문을 연 “아크앤북”이라는 서점에 다녀온 적이 있다. 서점에서 책들을 만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나로써는, 새로 문을 연 서점을 들르는 건 어색하지 않은 나의 행동 패턴이였다.
밖에서 내부가 보이는 구조, 서점에 들어섰을 때 적당히 낮은 조도와 다크 컬러의 클래식한 우드책장은 몰래 아빠서재에 들어간듯한 두근거림과 아치 형태의 통로 끝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설레임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듯 배열되어있는 책들과 굿즈들까지책의 너무 뻔하지 않은 배열과 등장은 내게 익숙해서 단조로운 일상에서 새로워서 편안한 퇴근길 놀이터가 되었다.
매일 작은 일탈을 꿈꾸며 집을 향하는 내게 덩그러니 등장한 이 곳은 나를 마주한 듯한 느낌이 였다. 연인이나 배우자를 만났을 때 느끼는 든든함은 공간으로 만났을 때, 형체가 구체화되면서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곤한다. 힘들 때 무작정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누군가 말 걸지 않아도 자연스레 치유가 되는 느낌. 나만의 피난처 퀘렌시아를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나만의 공간을 찾는 일,
결국 나를 찾는 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