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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Backstage Jan 24. 2019

있어 보이고 싶어요!

 미술관 데이트 Tip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 보니

생각지 못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물론 비 디자이너 동료들에게서 말이다.


디자이너들은 영감을 어디서 받나요?

하얀색이 종류가 이렇게 많은데,
진짜 다 구별이 가능한가요?

디자이너로써 보기에 이건 어떤가요?


등 주로 업무적으로 디자이너의 의견을 물을 때가 대부분이지만, 종종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며칠 전 생각지 못한 질문을 받았다.

"선배 저 주말에 여자 친구랑 데이트 가는데요,

갤러리 가거든요, 뭘 준비하면 될까요?

있어 보이고 싶어요!

저는 디자인 예술 쪽엔 문외한인데 선배는 디자이너잖아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지만,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전문가 같아 보일 것 같은

조바심에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답을 해버렸다.


"글쎄, 전시하는 예술가의 프로필을 줄줄이 외워가는 것보단, 그냥 있는 그대로 작품을 보고 즐겨, 자유롭게 이야기해, 뭔가 준비해서 가면 그 작품 앞에선 그 이야기를 해야 할 거 같은 의무감에 작품은 보이지도 않을걸? 이라며 대답해주었다.


사실 답변을 하다 보니,

문뜩 기억에 남는 전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수년 전에 샤갈전을 보러 갔는다. 같이 동행했었던 이는 전시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도슨트가 1:1로 진행해주는 듯이 작가의 연대기서부터 초기 작품과 중기 작품의 변화 양상을 세세 하게 설명해주더니,

"도시 위에서" 작품 앞에서는 마치 이 그림을 팔아야만 한다는 신념에 가득 찬 경매사처럼, 그림을 그렸던 시기의 샤갈의 심경까지 설명해주는 섬세함을 보였다. 너무나 꽉 찬 정보와 설명들로 그림들은 생생하게 기억나지만, 결국 설명해준 이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난 사실이지만, 그는 공대생 출신으로 내가 디자이너라는 말에 관심사가 높을 거라 생각해 미술관 데이트를 선택했고, 며칠 동안 도록을 사서 공부했다는 소릴 들었다.

내게 호감을 사기 위한 노력이 너무 고맙고

감사했지만, 그는 본인이 외운 내용들을 다 분출해야만 마치 본인의 매력을 분출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듯싶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이야기할 때마다 일방향 소통이 되면서 나는 청자 입장으로 그를 따라다녔었다. 그렇게 두 번째 만남을 뒤로하고 우리의 연락이 끊겨버렸다.


또 다른 이와의 미술관 관람도 기억이 난다, 샤갈전처럼 대작가의 전시도 아녔을뿐더러, 공간도 협소한 작은 개인 미술관에서 했던 전시로 기억한다. 나라별 미인도에 대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인사동에서 밥 먹고 산책하다 우연히 발견한 전시라 서로 전시에 대한 숙지는 전혀 없었고 이 분 또한 비예술 전공이었다. 각 나라별 언어로 타이틀이 써져있어, 되려 타이틀을 모르고 보니 더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작품 속 여인들의 표정 쉐입, 터치 감등 디테일에 대해 집중을 하고 관람하고 있었는데, 그는 작품 속 여인의 자세, 손짓 등의 행태로 나라의 사회적 배경을 이야기했다. 작품 하나로 그 나라의 시대적 상황도 읽을 수 있겠다 라며 확장 대화가 가능해졌다. 마지막에는 작품의 제목과 내용을 번역하면서 우리가 추론했던 생각들과 작가와의 의도가 잘 맞았는지 맞추는 게임을 했었다. 작품을 보며 예술적 표현과 나라별 시대적 배경의 언급하면서 인문학적 대화가 가능했고, 게임방식을 가미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대화를 끌어갈 수 있었다.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깊이 있는 대화의 즐거움은 상대에 대한 높은 신뢰도가 쌓이는 건 기본이고, 호감도 상승은 옵션이었다. 우리가  대화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식수준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소통과 공감을 사고 수준이 중요한 것이다.

알고자 하면 뭐든지 몇 번의 클릭으로 알 수 있는 세상에서, 짜집기식 기사와 댓글들이 마치 자신의 의견인양 떠드는 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면 사실 좀 너무 시간이 아까워서 변명을 둘러대며 그 자리를 빠져나오곤 하다


상대방에게 있어 보이고 싶어서, 호감을 높이고 싶어서 고민을 하고  있다면, 나를 돋보이기 위한 지식 자랑보다는 상대가 함께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을 헤아리는 힘이 필요 필요하지 않을까? 그때 질문에 제대로 답변 못한 후배님께, 그때 미술관 데이트가 성공적이었길 바라며

생각하는 힘,
있어 보이는 첫 단계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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