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의 모습
나는 새로움을 좋아한다. 새로움은 내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준다. 무딘 감각 속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물어오는 질문 속에서 금세 빠져나올 수 있게 돕는다. 여행을 하며 겪게 되는 작은 문제를 풀 땐 강한 성취감과 안도감이 죽은 내 감각을 하나하나 살리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혼자서 해외로 떠나본 적이 있는가?
20대 후반, 난 처음으로 싱가포르로 떠났다. 며칠 간의 여행 후 친구를 만날 예정이었던 짧은 도전이었지만 그 시간은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오직 혼자서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고, 호텔 체크인과 관광 명소의 티켓을 구입하는 일 모두가 내 손 끝에 모두 달려있다. 처음 경험해 보는 각가지의 어려움으로 인해 긴장과 불안감이 몰려온다. 내 어깨는 늘 딱딱하게 굳어있고, 뒤에서 누가 따라올까 봐 경계하게 되었지만, 어느 순간 이러한 불안감은 나에게 편안감으로 다가왔다. 불확실 속의 편안함.
고대하던 싱가포르의 갈비탕인 송파바쿠테를 먹고, 경치 좋은 테라스에서 브런치로 달콤한 카야 토스트와 단맛을 과하지 않게 중화시켜 주는 아메리카노를 먹으며, 게임할 때 쓰는 검은색 플라스틱처럼 보이던 토큰을 개찰구 구멍에 넣어 지하철에서 내려 8시간의 슬리핑 버스를 타고 쿠알라룸프르에 도착한 후에는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여행 당시 내 삶은 어느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긴 이후 하루하루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아왔지만, 그 노력과는 별개로, 감당할 수 있는 슬픔과 괴로움이 나의 열정과 자신감을 사그라지게 만들었다. 힘겨워하는 나에게, 기쁨보다 괴로움이 더 큰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유인한 돌출구는 바로 '여행'이었다.
'나는 옭아매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불확실함 속의 안정감, 위태로움 속 따뜻한 손길이 주는 위로, 어떠한 편견도 없이 그냥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시간'
여행은 어느 하나 길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혹은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너무 막막하고 싫어질 때 나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내가 스스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 삶을 바꾸어줄 수도 있고,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들어줌으로써 내 삶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여행지에서의 소소한 기억들이 모여, 내 몸 하나하나의 감각으로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 나에게 주어진 고통으로 인해 괴로울 때도 있지만, 동시에 내 삶은 고마운 것들도 가득 차있다.
- 혼자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때 도움을 요청하며 그 누군가 나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어줄 것이다.
여행은 나에게 새로운 안경을 씌어주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시간도 더 소중하고 값지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루하루 나를 힘겹게 만드는 고통으로 인해 위태로울 때, 그 짐을 어딘가에 잠시 내려두고 멀리 떠나서 새로운 희망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