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을 하고 남편과 여행을 떠났다. 오랜만에 부산이다. 남편 고향이 경상남도여서 남편은 자주 갔지만, 나와는 두 번째 부산여행이다.
오랜만에 여행을 가서 한껏 신이 났다. 부산에 간 첫째 날은 덥고 비가 와서 해운대 해수욕장을 구경하고 전통시장 한번 돌아보고 저녁에는 광안리 밤바다의 야경을 구경했다.
다음날에는 좀 흐리긴 했지만 다행히 비가 그쳤다. 숙소 게시판에 부산 여행지 Top1에 있는 스카이 캡슐을 타러 갔다. 미포항의 스카이 캡슐 안에서 남편과 함께 광활한 바다를 보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미포항에서 송정에 갈 때는 스카이 캡슐을 타고 돌아올 때는 해변열차를 탔다. 해변열차는 많은 사람이 같이 타긴 하지만 바다를 스크린 삼아 영화관처럼 앉게 되어 있어서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뷰가 좋다고 추천받은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호텔 라운지에서 이것저것 먹으면서 바다를 감상했다. 바닷길 따라 산책도 하고 바다를 원 없이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휴직 후 행복의 역치가 높아졌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나는 정말 행복의 역치가 낮은 사람이었다. 평일에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로 산책만 가도 행복했고, 길거리에 핀 꽃이나 푸릇한 나무만 봐도 행복했다. 그런데 부산여행 씩이나 왔는데 평소만큼의 행복이 없었다.
휴직 전에는 여행을 가면, 휴가가 아니었다면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을 나를 생각하면서 굉장한 행복감을 느꼈다. 그런데 휴직을 한 후에는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뒹굴면서 행복했을 나를 생각하게 되더라. 그래서 행복감이 줄어들었다.
휴직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내가 평일에 이러고 있다니..'라는 생각에 굉장히 행복했었는데 2주 이상 지나니 이제 회사에 다녔던 때가 점점 기억이 안 나기 시작한다. 내가 회사에 다니긴 했었나? 동시에 행복의 역치가 높아졌다.
휴직 후 행복의 역치가 높아진 건 슬프지만, 나의 행복감을 한껏 올려 줄 일들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