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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Jul 19. 2022

휴직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휴직의 필요

 휴직에 들어가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남들은 시험관 아기를 하면서도 회사에 다닌다던데.. 나는 아직 시술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무턱대고 휴직을 하는 게 괜찮을까? 휴직하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원래 생각을 많이 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휴직 결정이 내 인생의 큰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결정을 쉬이 하지 못했다. 휴직하면 어떨까, 안 하면 어떨까 고민하며 수많은 난임휴직 후기를 찾아봤다. 그리고 결국에는 휴직을 하기로 결정했다.


 휴직 후 한 달, 이제 겨우 인공수정 한 사이클을 돌고 있다. 시술을 받아 보니 휴직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관 아기보다 손쉬운 인공수정을 하면서도, 하루에 두 번씩 주사 맞으러 병원에 가기도 하고 하루에 두 번씩 착상을 돕는 호르몬을 넣고 한 시간씩 누워있기도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난임시술을 하려면 대체 얼마나 많이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걸까. 내 성격상 시술을 안 했으면 안 했지 잦은 양해를 구하는 일은 못했을 것이다. 당장 내일 국회에 설명을 하러 가야 하고, 당장 내일 중요한 회의가 있으면 시술을 포기했을 것이다. 주사는 주사대로 맞고 과배란은 과배란대로 해서 몸은 한껏 힘든데 시술도 못해보고 또 한 달을 흘려보냈을 것이다.


 휴직하기 정말 잘한 것 같다. 나는 분명 회사일과 난임시술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한껏 받은 채 둘 다 놓쳐버렸을 수 있다. 지금처럼 임신을 준비하면서 때로는 편안하게 때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또 하나 신기한 것이, 휴직을 하고 나서는 배달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이 당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에 다닐 때는 금요일은 물론 평일에도 치킨이나 피자, 떡볶이를 시켜먹곤 했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격인데, 나도 모르게 조금씩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보다.


 휴직을 하고 나서 자극적인 음식을 찾지 않는다. 집에서 된장찌개, 소고기 뭇국, 계란말이만 먹어도 충분히 만족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속도 편해지고 생활이 활기차 진다. 참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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