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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Jul 20. 2022

내가 키운 것을 먹는 다는 건

 휴직하고 오랜만에 서울에 있는 부처에 다니는 동기를 만났다. 바빠서 못 봤었는데, 그래도 1년에 2~3번은 보는 것 같다. 우리 집과 동기 회사의 중간쯤이 되는 곳에서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회사 일은 괜찮은지, 여가 시간에는 뭘 하는지 궁금한 게 많았다. 특히 동기가 주말농장에서 열심히 채소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었는데, 여전히 잘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동기, 갑작스러운 과장님의 회의로 약간 늦은 차였다. 덕분에 휴직 후 오랜만에 번화가에 나온 나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오랜만에 립글로스도 하나 샀다. 동기와 만나 야채가 듬뿍 들어간 포케를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요즘 내가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만약에 네가 휴직을 6개월 이상 하게 된다면 뭘 해보고 싶어?" 대체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싶은지 궁금했다. 벤치마킹도 할 겸!


 동기는 대학교 방학 때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가 버릴 것 같다고 했다. 집순이 여서 집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아무것도 못한 채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릴 것 같다고.. 가장 현실적인 답변이었다.  


 그러면 나는 또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해 재촉하는 사람처럼 다음 질문을 이어간다. "요즘 재미있는 거 뭐 있어? 네 인생에서 재미있고, 신나는 거!" 동기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이번에도 역시 주말농장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수확해서 먹은 쌈채소, 방울토마토, 가지 등등 사진으로 찍은 것들도 같이 보여준다. 뿌듯해하는 동기의 말똥말똥한 눈망울이 귀여웠다. '나도 주말농장을 해볼까?'


 동기와 헤어진 후 내 머릿속은 주말농장으로 가득했다. 집에 와서 주말농장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도 주말농장이 있었다! 신이 나서 계속 검색을 하는데 아뿔싸, 이미 3월에 다 마감이 되었다. 연말까지는 자리가 없다고 한다.


 포기하지 않고 좀 먼 곳도 찾아봤지만 다들 연초에 분양해서 연말까지 운영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벌써 7월이 아닌가. 남는 자리가 없어 아쉬웠다.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주말농장에 도전해볼까 한다. 농장을 관리하러 매일 가야 하는지 알았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만 가면 어느 정도 커버가 된다는 동기의 말에 용기가 생겼다.


 내가 심은 식물들이 쑥쑥 자라고 그 결실을 먹는다는 생각을 하니 재미있을 것 같다.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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