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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Jul 21. 2022

휴직과 운전

운전연수, 제일 하지 말아야 할 것!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운전면허 시험을 봤다. 딱히 운전을 바로 시작할 것도 아니었는데 대학 입학 전에 뭔가를 하고 싶었고, 성인이 된 인증이라도 받고 싶은 것 마냥 운전면허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운전면허를 취득했던 2000년대 중반에는 운전면허 취득이 상대적으로 쉬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사람은 운전면허를 내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까지 무난히 운전면허를 따는 광경을 봤다. 나도 그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월하게 면허를 땄다. 드디어 운전면허증을 받으러 가는 길, 아빠와 함께 아빠 차를 타고 가서 운전면허증을 받고 집에 오는 길에 내가 운전을 했다.


 내가 겨우겨우 집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자 아빠가 하는 말, '다시는 운전하면 안 되겠다.' 충격적이었다. 오늘 처음으로 운전면허증을 받고 운전했는데 다시는 하지 말라니..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실전 운전을 해보니 표지판도 잘 안 보이고,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불쑥불쑥 무단횡단을 하고, 나는 혼비백산 상태였다.


 어쨌든 그날 이후로 아빠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는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그리고 10년이 넘게 흐르고 운전면허증을 갱신해야 한다는 연락이 왔었다. 나는 10년 무사고 운전자다. 10년 동안 운전을 한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 그런데도 무사고 운전자라고 하니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그렇게 갱신을 한 후에 내 운전면허증은 그대로 장롱에만 머무를 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남편이 운전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물어왔다.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운전이 필수라는 주변 지인들의 말도 있었기에,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는 운전연수를 할 때 해서는 안 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남편이 운전연수를 해 준 것이다. 부부간에는 운전연수를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우리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나는 남편의 운전연수에 눈물, 콧물 쏙 뺏다. 아직까지 기억나는 말 중에 하나가 "중앙~!"이다. 차선을 따라 똑바로 못 가는 나에게 남편은 쩌렁쩌렁하게 "중앙~!" 이렇게 외쳤다.


 눈물, 콧물 쏙 뺀 덕인지 이제는 운전을 제법 안정적으로 하게 되었다. 중앙도 잘 맞추고 나름대로 안전운전을 하고 있다. 운전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 후진하다가 뒤에 주차되어있던 차바퀴를 살짝 박은 거 고는 사고를 낸 적이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남편한테 많이 혼났지만, 운전은 제대로 배운 것 같다.


 휴직을 하고 나니 운전을 배워두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내비게이션을 켜고 초행길도 무난하게 잘 다니고 있다. 병원에 갈 때도 편하고 엄마와 맛집에 갈 때도 편하고 마트를 다녀올 때도 편하다. 운전을 하게 되니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가고 싶은 곳은 바로바로 갈 수 있다.


 휴직은 나에게 시간의 자유를 그리고 운전은 나에게 이동의 자유를 주었다. 휴직과 운전을 가지고 자유롭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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