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을 하고 난 요즘 굉장히 나태해지고 있다. 내가 목표한 분량의 공부를 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침대에서, 때로는 소파에서 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살면서 이토록 나태했던 적이 있었나 싶게 나의 나태함은 끝이 없다.
약간 변명의 여지는 있다. 지난주 첫 번째 인공수정을 하고 이제 하루에 2번씩 질정 처방을 해야 한다. 이제 익숙해져서 사용이 어렵지는 않은데, 질정이 흡수되도록 한 시간 정도 누워있어야 한다. 그렇게 아침에 한 시간 저녁에 한 시간 누워있다 보니, 나태함이 관성의 법칙이라도 증명하듯이 계속되었다.
한 시간 가량 누워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보게 되고 알고리즘의 이끔에 따라 이 영상 저 영상을 열심히 보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1시간이 지나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누워있으면 흡수가 더 잘되겠지?'라고 자기 합리화하면서 10분만 더, 10분만 더 누워서 유튜브를 본다.
이렇게 하루에 두 시간을 뜬 눈으로 누워있다 보니 나태함에 관성이 붙은 것 같다. 이걸 2주 동안 하라고 하는데.. 아기가 찾아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구나 싶다.
어쨌든 소위 '눕눕(누워있는 것을 줄여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말)'을 하다 보니 더 활기차게 빠릿빠릿하게 살아지지 않는다. 난임휴직 기간에는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규칙적으로 먹고 건강한 아이를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뭔가를 하려고 강박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누군가의 말을 되뇌게 된다.
나태하더라도 마음 편하고 스트레스받지 않는 것이 나의 1차 목표다. 관성의 법칙에 따라 나태하면 또 어떤가. 관성의 법칙이 있는 이유가 있겠지. 법칙을 거스르려 너무 노력하지 말자.(이것도 자기 합리화 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