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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Jul 25. 2022

휴직과 세 모녀 회동

 휴직을 하고 나서 엄마를 자주 보게 되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야말로 '친정 집이 차로 10분 거리'다. 함께 살 때는 맨날 붙어있어서 투닥거렸는데 결혼 후 따로 살게 되니 엄마가 그렇게 그리울 수 없다.


 언니가 회사에서 외출을 한 시간 내고 점심시간에 세 모녀가 회동하기로 했다. 밖에서 맛있는 것을 사 먹자며 이곳저곳 알아보다가 일정이 애매해 맛난 디저트를 사서 친정집에 가기로 했다. 엄마가 오랜만에 집밥을 해주시겠다고 한다. 이 얼마 만에 먹는 엄마 밥인가.


 점심시간에 맞춰 언니를 회사에서 데리고 근처 유명한 맛집 디저트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의 세 모녀 모임에 우리는 왁자지껄 이 얘기 저 얘기 하기 시작했다. 우리 셋의 대화흐름은 굉장히 신기하다.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중점적으로 하고 화제 전환이 빠르다. 남편이 우리 셋이 말하는 걸 보더니 어느 말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정신을 못 차리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신기한 것이 각자의 말이 흐름 없이도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것이다.


 근황 얘기, 회사 얘기, 맛집 얘기 등등 말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언니도 나와 같은 공무원이어서 통하는 게 많다. 그렇게 한바탕 말을 쏟아내면서 식사를 하고 디저트를 먹는다. 이런 풍경이 예전에는 일상이었지만 내가 결혼하고 나서는 가끔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친정집이 차로 10분 거리인데도 집으로 돌아갈 땐 항상 아쉽고 엄마한테 작별인사를 하면 마음이 짠하다. 



 하물며 남편은 고향이 경상도여서 두세 달에 한 번씩 밖에 집에 못 가니 가족이 그리울 것이다. 그래서 명절에는 남편 고향방문을 우선으로 한다. 시댁에 가면 2박 3일에서 3박 4일 정도 찐하게 머물고 집에 올라온다. 나는 엄마를 일주일에 한 번씩 봐도 아쉬운데, 남편은 일 년 통틀어봐야 몇 번 보지 못하니 마음이 짠하다. 


 나중에 복직하면 시간이 더 없을 것이고 이사를 갈 수도 있고 회사를 이직할 수도 있으니 엄마가 가까이 사는 특혜를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을 소중히 하고 한 번이라도 더 가족 모임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소중한 것은 항상 지나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안다. 가지고 있을 때는, 함께 있을 때는 너무나도 일상적이어서 소중함을 잊기 쉽다. 소중함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왜 이렇게 잘 안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혼자 중얼거려본다. "소중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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