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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Jun 28. 2022

갑자기 휴직, 뭘 해야 하나?

집중할 뭔가가 필요해

  대학 졸업 후 신림동 고시촌에서 4년, 연수원 교육과 부처 배치 후 공직생활 6년 그 이전의 회사 경험까지  꼬박 10년 넘게 달려왔다. 평일 저녁과 주말, 공휴일이 있었지만 회사에서의 고됨을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 쉬기에 바빴다. 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며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냈다.


 물론 자기 계발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재테크나 유튜브에 관한 책도 읽고 대학원도 가고 탁구도 배웠지만 깊이 있는 고민이나 미래에 대한 큰 방향성 없이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들 위주로 해왔다.  


 그러던 와중 결혼한 지 3년이 지나 만 35세의 생물학적 노산을 목전에 뒀다. 3년 동안 임신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노력하다 안돼서 쉬고 노력하다 안돼서 쉬고를 반복했고 서서히 지쳐갔다. 뭔가 문제가 있나? 회사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그런가? 언젠가부터 나는 난임 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막연히 나의 첫 번째 휴직은 육아휴직일 거라고 생각해 왔다. 육아휴직기간에는 말 그대로 출산하고 육아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휴직기간에 뭘 할지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었다. 남들 하는 대로 산책하고 카페 가고 여행 가고 그렇게 태교와 얼마 남지 않은 출산을 위한 준비를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난임 휴직이라니.. 상상도 못 해봤다. 우리 부처에서 난임 휴직을 한 사람도 거의 못 봤고 특히 사무관이 난임 휴직을 한 경우는 없었다. 난임 휴직 얘기를 들으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해 왔다.


 휴직을 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고, 회사에서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고 휴직할 거라고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그랬던 내가 난임휴직을 하기로 결정했다. 먼 훗날 돌아보면 그깟 휴직은 하나의 점이겠지. 휴직을 나에게 집중하는 기회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보는 계기로, 내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들기로 했다.


 바쁜 시즌이 끝난 지금이 휴직하기에 나에게도 회사에게도 좋은 시기여서 빠르게 결정했다. 회사에 알리고 대략 한 달 후 휴직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고민이 시작됐다. 휴직하고 대체 뭘 하지?


 물론 휴직하고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에 들어갈 것이다. 후기를 찾아보니 한 달 주기로 몇 번씩 병원에 가서 처방받고, 약 먹고, 주사 맞고 등등을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럼 남은 시간에는 뭘 해야 할까? 후기에서는 너무 임신에만 신경 쓰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뭔가 집중할 것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고, 그동안 해야 했지만 또는 하고 싶었지만 미뤄두었던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글도 쓰고 싶고, 평일 낮에 카페도 가고 싶고, 국내여행도 가고 싶고, 뭔가를 배우고 싶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싶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하고 싶은 게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렇다. 그동안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지쳤다는 핑계로 우리는 하고 싶은 일들을 후순위로 미뤄왔다. 뒤로 꾹꾹 미뤄둬서 기억나지 않는 그 일들을 차분히 생각해보자. 그 일들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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