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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Feb 03. 2022

060 드러눕지 말자!

너희는 내 얼굴을 찾으라 하실 때에 내가 마음으로 주께 말하되 야훼여 내가 주의 얼굴을 찾으리이다 하였나이다(시 27:8)


우리는 '주님'으로 인해 감사를 드리고 있는가. 아니면 주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로 인해 감사를 드리고 있는가? 자녀들이 아빠 손에 들린 선물은 좋아하면서 정작 그것을 가져온 아빠의 얼굴은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는다면 아빠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마찬가지로, 우리가 주님이 베푸시는 것은 즐겁게 받으면서 정작 그것을 베풀어주시는 주님께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주님의 마음은 어떨까?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은 바다를 메마른 땅으로 만들어 건너게 하시고 하늘에서 양식을 내리시며 바위에서 마실 물을 공급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필요가 채워질 때만 하나님께 감사했고 어려움이 다가오면 곧바로 불평하고 원망했다. 예수님을 따르던 무리도 주님이 죽은 자를 살리시고 병자를 고치시며 적은 양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먹이실 때는 환호하며 주님을 따랐다. 그러나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이 생명의 말씀을 전하시자 많은 이들이 떠났다 이들은 예수님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이 주시는 선물로 인해 기뻐했기 때문이다. 나의 기쁨과 감사는 어디에 초첨을 두고 있는가? 오직 주님의 얼굴로 인하여 기뻐하고 감사하는 자만이 진정한 평안과 안식을 누리게 된다. 


<감사로 시작하는 365> 중에서



"기도를 열심히 하니까, 엄마에게 기적이 일어나고 있어요! 할렐루야. 하나님께 너무 감사해요"


흥겹고 신나서... 믿음의 동지들에게 고백했던 말이다. 


떨어지기 힘들다는 VRE가 3주 연속으로 음성이 나왔고, 

코로나 때문에 병상이 없다던 대학병원에 입원해 한 달간 전문적인 재활을 받았으며,

1년 만에 연하 검사가 3단계까지 통과하여 입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또 엄마가 사모하는 우리 교회의 당회장 목사님에게 전화 심방을 받았고, 

대교구장님의 기도와 교구 목사님의 심방도 받는 좋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계획한 스케줄대로 다음 대학병원에 가려고 서류를 준비하다가

뜨악... VRE의 재발 소식이 들려왔고.... 

난... 한 순간에 무너졌다.


'아니... 기적을 선물로 주실 거면 끝까지 주셔야지... 이러는 게 어딨어요? 주님!'


십자가 앞에 드러누웠다. 

정말 한 방에 넘어졌다.  

감사로 매일 적던 브런치도, 감사가 사라지니까 적지 못할 만큼 좌절을 한 것이다. 

 




엄마는 쾌차를 기원하며 축하한다던 그 병원으로 다시 입원을 하셨다.


"다들 나보고 왜 왔냐고 그러는데. 기분이 영 안 좋다..."


간호사. 의사. 치료사들이 또 뵙는다고 한 말이, 엄마의 기분을 상하게 한 모양이었다. 

하나님 믿는 사람이니까... 기적적으로 일어나 걸어서 짠! 나타나는 것이 큰 그림이었는데.... 

이게 뭐람... 


"그래도 난 감사해. 이 병원이 VRE와 욕창치료를 잘하잖니. 모든 것이 다 감사란다. 이젠 정원이 네가 기도해야 돼. 기도의 불씨가 꺼지면 안 돼. 너 밖에 할 사람이 없어."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영상통화를 하는 나에게, 엄마는 되려 날 위로해주셨다. 

그리고 

엄마가 늘 하시던 새벽기도가 이젠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겨진 순간이었다. 

엄마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기도할 사람이 이젠 나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그런 거 있잖아... 

의미심장한 부담감? 의무감? 책임감?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마블 시리즈 중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비화를 보면 

약한 군인이 갑자기 강한 용사가 된 그 장면 있잖아! 

왜소한 몸에 갑자기 근육이 붙으면서 훤칠한 히어로가 되는 그 모습이 떠올랐다.

기도의 근육이 내 몸에 막 붙으면서... 거인이 돼야 할 것 같은 기분....



 

영화 <퍼스트 어벤져: 캡틴의 탄생> 중에서


주님이 기적을 행하실 때는 

눈에 보이니까 너무 신기하고 좋아서 방방 뛰었다.  

그러나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출애굽 한 이스라엘 민족처럼 다시 좌절하고 원망하고 

그동안 쌓아놨던 감사가 단칼에 넘어지고 말았다. 

이게 믿음이 약한 사람의 특징인 듯싶다. 


그래서 올 한 해는...

감사와 기도의 근육을 키우기로 결심했고

기도의 근육을 키워서

더 이상 나약해서 일희일비. 호들갑 떨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기도의 용사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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