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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Feb 02. 2022

059 나의 문조 이야기

야훼께서 그의 앞으로 지나시며 선포하시되 야훼라 야훼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 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라 인자를 천대까지 베풀며 악과 과실과 죄를 용서하리라 그러나 벌을 면제하지는 아니하고 아버지의 악행을 자손 삼사 대까지 보응하리라(출 35:6-7)


1991년, 제럴드 싯처 목사님은 끔찍한 교통사고를 겪었다.


한 음주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와 그의 가족이 탄 자동차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것이다. 그는 이 사고로 어머니와 아내와 네 살 난 막내 딸을 잃고 깊은 분노와 절망에 빠졌다. 왜 자신에게 이러한 비극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결국 하나님의 뜻을 깨닫지 못할지라도 하나님을 신뢰하기로 결단했다.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삶이란 평탄치 않다. 그것이 본연의 모습이다. 오히려 삶은 어렵고 냉혹하고 잔인할 때가 많다. 그러나 결국은 잘 될 것이다. 하나님이 선하시고 자비로우시고 은혜로우시기 때문이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책을 써서 사고 이후의 삶을 간증했는데 그의 남은 세 자녀 모두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였고 그도 재혼하여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오늘 본문에 기록된 것처럼 하나님은 자비롭고 은혜롭고 인자가 많은 분이다. 

그렇기에 하나님은 광야의 고된 삶 가운데 이스라엘 백성들을 지키시고 

결국은 약속의 땅까지 그들을 이끌어 주셨다. 

이처럼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의 종착지는 은혜와 축복이다.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삶이 평탄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결국은 잘 될 것이다.


<감사 QT365> 중에서


 

 


새를 키우고 있다.

고양이가 입양 오기 전까지 문돌 문순이라는 '흑문조' 한 쌍을 집에서 키웠었다. 

아기 고양이임에도 돌키는 새들을 자꾸 잡아먹으려는 듯 새장 앞에서 위협을 했고...

어쩔 수 없이 엄마 집으로 문조의 새장을 옮겼다.


부모님 집에 있는 그 문돌이가 벌써 9살이 돼 간다. (흑문조가 그리 오래 사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지금의 문순이는 문돌이의 세 번째 아내다.


문돌이가 처음 집에 왔을 때 손가락에 올라타는 훈련을 시켰는데, 잘 되지 않아 결국 포기를 했다.

그러다 며칠 전 엄청 추운 날, 아이들이 잘 있는지 부모님 집에 확인하러 갔다가,

문돌이가 내 패딩 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내가 좋아서가 아니고, 실수로 날아가다가 내 어깨에 부딪혀서 옷 속으로 들어온 것.


문돌이는 옷 안이 따뜻했는지 아니면 무서웠는지 패딩 안에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몸통을 잡아 날려 보내려다가, 혹시나 해서 손가락으로 올려 태웠더니 

어머나~ 사뿐히 앉는 게 아닌가...

내가 주인인 줄은 알까?  한참을 날 쳐다보면서 앉아 있었다.




부모님 집이 1년째 비어 있지만, 난 거의 매일 들른다.(걸어서 5분 거리에 있음)

문조들의 밥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새 밥 주기가 번거로우니 당근 마켓에 내놓던지 창문으로 날려 보내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래... 내 가족인데....

타인에게 주는 것도 불안하고, 나가면 바로 죽을 줄 뻔히 아는데 어떻게 날려 보내냔 말이야...

그렇게 해서 나는 매일 부모님 집에 들러 밥을 주고 있다. 그게 벌써 1년이네. 


새는 모이를 먹으면 바로 똥을 싼다. 

사람처럼 소화기관 장의 길이가 길지 않아서 먹는 즉시 바로 싼다. 그래서 모이통에 밥이 없으면 안 된다.

문돌이의 첫 번째 부인이 모이통에 밥이 없어서 죽었다. 

새가 씨앗을 까먹고 남긴 빈 껍질이 새 모이인 줄 알고, 제때제때 주지 못해 죽였다. 

둥지 안에 죽어 있는 여자애를 보고, 딸이 얼마나 울었던지... 

놀이터 옆에 땅에 묻어주겠다고 해서 같이 나가서 장례를 치렀다.


문돌이의 두 번째 부인은 물에 빠져 죽었다. 새장이 베란다의 화분들 사이에 있었는데, 

아빠가 새에게 자유를 주고자 주기적으로 새장의 문을 열어놓으셨다. 

새들은 새 모이 말고도 화분에 사는 지렁이나 미세한 벌레들을 잡아먹었다. 단지 똥을 바닥이나 나뭇잎에 싸고 다녀서 지저분해지긴 했지만... 부모님은 새들이 새장 밖으로 나와서 지저귀는 노랫소리를 좋아하셨다. 

그러다 화분에 물을 주기 위해 채워놓은 물통에 문순이가 잘못 착륙했던 모양이다. 

깃털에 물이 다 스며들어서.... 결국은 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죽은 것 같다.  


그 이후 한동안 문돌이는 울지 않았다. 새장 밖에 나와도 잠시만 나왔다가 둥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전통시장에 가서 문순이 데려왔는데도, 두 번째 부인과 5년이 넘게 같이 있었기 때문에 

정이 많이 들었었나 보다. 시간이 지나고 문돌이가 왜 둥지 밖을 안 나오지? 해서 둥지를 열어보니... 

어머나 알을 낳았네? 어린 문순이가 알을 낳은 것이다. 




앞에 통통한 애가 문돌이. 날씬한 아이가 문순이.


새가 알을 낳고 나서 절대 둥지의 문을 열면 안 된다. 

천적이라 생각해서 자신의 알을 쪼아 먹어버린다. 

그래서 우리 문돌이는 자식이 없다. ㅜ 내가 자꾸 문은 열어봤기 때문에 ㅜ 

내 입장에서는 문돌이가 둥지 안에서 안 나오니까... 혹시 아픈가 싶어서 또는 죽었나 싶어서 문을 열어보는 건데... 그때마다 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에효. 그래서 알은 많이 낳았으나 후손이 없다. 

그래서 더 집착해서 알을 품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매번 새에게 물을 주러 가면서 생각해본다. 

아버지 하나님도 내가 걱정이 되어서. 나에게 늘 찾아오실 거라는 것이다. 

내가 문조를 살리기 위해서 물과 밥을 주러 가듯이. 

아버지 하나님도 나에게 필요한 것을 채우시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계실 것이다. 


내가 문조들에게 밥을 주러가면. 노래를 불러준다. 

그 소리가 정말 좋다. 특히 문돌이의 노랫소리가 참 좋다. 

그 소리를 들으며 화분에 물을 주고, 집안팎을 청소하는데

하나님도 내가 부르는 찬양을 얼마나 좋아하실까... 



위험하지 않고 

배곯지 않고 

춥지 않고

아프지 않고 사는 삶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게 된다. 


지금의 고민들은 결국 다 해결될 것이고 

하나님 안에서 잘될 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주님께 내려놓고 살아야 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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