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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Feb 21. 2022

078 대선에 대한 말들

이스라엘 자손이 다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며.. 어찌하여 야훼가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여 칼에 쓰러지게 하려 하는가 우리 처자가 사로잡히리니 애굽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지 아니하랴 이에 서로 말하되 우리가 한 지휘관을 세우고 애굽으로 돌아가자 하매(민 14:2-4)


놀라운 힘을 지닌 말은 잘 사용하기만 하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히틀러는 라디오를 통해 독일인들에게 자신의 사상을 전했다. 

당시 많은 독일인들이 적의와 증오로 가득했던 히틀러의 말을 듣고 세뇌가 돼 그에게 동조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미국을 덮친 경제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다. 그의 라디오 연설은 실업과 가난에 허덕이던 미국인들을 위로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름도. 근거도. 정당성도 없는 두려움 그 자체뿐입니다"


루즈벨트의 취임연설은 미국인들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다. 


민수기에서도 말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애석하게도 그 힘은 부정적으로 미쳤다. 

가나안을 정탐하고 온 10명의 정탐꾼은 가나안 민족들이 강성하니 이스라엘은 그들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스라엘 백성은 오늘 말씀에서처럼 통곡하여 원망했다. 정탐꾼의 부정적인 말이 악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결국 10명의 정탐꾼과 원망했던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에 입성하지 못했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넘어뜨리기도 한다. 

말의 힘을 기억하며 긍정적인 말, 감사의 말, 희망의 말을 해야 하겠다


<감사 QT 365> 중에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TV든 라디오든 다들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말들이 쏟아진다. 

좋은 말보단 상대를 헐뜯는 말이 훨씬 난무하는데, 

특히 내가 찍으려고 하는 후보에 대한 비판적인 뉴스가 나오면, 얼굴을 찌푸리며 채널을 돌려버리게 된다. 

그래서 정보의 불균형이 이뤄지나 보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서 

다른 사람을 지지하는 분이 얘기를 하면.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한 뉴스도 많다. 

이건 뭐지... 가짜 뉴스인데 말을 해줘야 하나? 




언제부턴가 나와 엄마는 지지하는 후보가 달랐다.

 

"우리 딸 국회로 보내야겠네... 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흥분해서... 엄마한테 이 사람 찍어라. 저 사람 찍어라 그래? 엄마도 뉴스 보면서 다 판단하니까 엄마한테 강요하지 말어."


서로 다른 후보를 찍으니까. 선거 때만 되면. 한바탕 난리였다. 

종교랑 정치는 가족끼리도 조심해야 하는 대화라잖아. 

나이를 먹으면서 나의 말발이 세지니까, 

늙어가는 엄마는 자신이 말하고도 논리가 어둔해짐을 아셨는지, 나중엔 화를 나며 중단했다. 

히히히. 날 설득 못하시는 거지....

그렇다고 내가 엄마를 설득했냐? 아니! 엄마 고집을 누가 꺾어.... 


그럼 중간에서 아빠는 어땠는가?

다 듣고 계셨다. 특히 엄마의 말을 다 들어주는 듯싶다가도 나중에 물어보면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찍으셨다. 역시 현명한 아빠...

엄마가 뽑은 분이 대통령이 될 때도 있었고, 내가 뽑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때도 있었고... 

그치만 선거가 끝나면 또 다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온다. 


"엄마, 20대 대통령 선거는 내 손 잡고 가서 꼭 투표하자! 약속~~~"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패혈증으로 대학병원에 입원을 해서 의식이 왔다 갔다 하던 엄마의 손을 붙들고 했던 말이었다. 

창 밖에서 들려오는 후보자 유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엄마에게 파란색이냐? 빨간색이냐? 노란색이냐? 엄마는 누굴 찍을 거냐... 그랬었는데... 

벌써 1년이 지났구만. 

내 생각엔 20대 대통령 선거 때는 집에 오시겠거니 했지만. 아직도 병원에 누워계시니 마음이 많이 안 좋다. 


"말하지 마. 정치 얘기는... 해서 좋을 게 없어! "


농담으로 엄마에게 이번에 무슨 색을 찍고 싶어? 했다가... 혼났다!

후보들에 대한 내 입장을 얘기했더니, 

단호하게 그만하라고. 핸드폰 밖으로 고개를 돌리셨다. 치이....


사실 엄마는 현재 후보들에 대한 입장이 없다. 

뉴스 대신 교회 목사님 설교(실시간보단 과거 담임목사님의 설교)만 듣고 계시기 때문에

누가 뭘 잘하고 잘못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으시다. 


"말은 말을 낳는다. 지금은 좋은 사이 같아도, 나중엔 금이 갈 수도 있으니... 항상 신중하게 말해야 해."





"넌 가족한테만 잘하면 돼.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절에서 18절... 내가 사준 액자 잘 갖고 있지?"


선거와 관련된 얘기는 끝!

다시 은혜로운 말씀에 대한 대화가 시작됐다.




'엄마가 뭘 알어? 아무것도 몰라... 지금 세대에 누가 그런 식으로 생각해?'


난 엄마와의 나이 차이 때문에, 엄마의 생각이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말을 지금 내 딸에게 듣고 있다. 

내가 지 친구들 엄마들 중에선 젤 어린 편인데.. 세대차이라니.... 쩝. 어처구니가 없네...

세월이 지나 보니 

엄마 말에 틀린 게 하나도 없더라는 거다.  


그래서 말조심. 

자나께나 말조심 해야겠음을 엄마에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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