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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Feb 22. 2022

079 나의 또 다른 재능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 14:27)


'복음성가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마스 앤드류 도르시는 재즈와 블루스 리듬에 찬양을 접목한 음악 장르를 만들어낸 분이다.

출처: https://blog.naver.com/vnfmal56/222625921458

블루스 피아니스트와 교회 찬양 사역자로 활약하던 어느 날 생각지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1932년 만삭이던 아내를 집에 두고 찬양 인도를 하기 위해 떠났는데 집회가 끝난 후 아내가 출산 중에 목숨을 잃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그가 집에 도착한 날 밤 갓 태어난 아이마저 하나님 곁으로 떠났다. 하나님이 너무 원망스러웠던 그는 더 이상 찬양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슬픔 가운데 잠겨있던 어느 날이었다. 피아노 앞에 앉아있던 그에게 알 수 없는 평안함이 찾아왔고 그 순간 하나님이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지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감동은 오선지에 담은 곡이 복음성가 <주님여 이 손을>이다.


이 찬송은 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애창곡이자 목사님의 장례식장에서도 울려 퍼질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살다 보면 인생의 폭풍우와 흑암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를 때가 있다. 이때 폭풍우와 흑암을 뚫고 잡아주시는 주님의 손에 붙들린다면 우리는 빛 가운데.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함 가운데 거하게 될 것이다.


<감사로 시작하는 365> 중에서





"왜 울어. 울지 마. 내가 죽었으면 네가 누구한테 말하겠냐..."


다음 주에 있을 아버지 1주년 추도예배를 준비하기 위해서... 아버지가 계신 추모공원에 다녀왔다.

기독교 추모공원이라 그런지, 가족들이 모여서 조용히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예배실이 있었다.

아직은 이른 봄이니. 당일날 춥지 않게 난방도 해주고, 추모영상을 만들어오면 틀어주겠노라 했다.

사실 이 봉안당은 엄마가 우리 교회의 기도원에 추모공원이 처음 지어졌을 때, 미리 사두신 곳이다.

늦둥이 딸이 혹시나 갑자기 닥칠 자신들의 죽음 앞에 당황하지 말라고...

그게 현실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이 모든 것이 감사하다.


아버지의 1주기 추도예배에 대해 엄마에게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렵게 꺼냈다가 그냥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충분히 많이 울어서, 이젠 더 이상 안 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눈물이 터졌다.

나보다 엄마가 더 마음 아프실 걸 알면서...

난 아직도 엄마 앞에서는 어린애다.




"이쁘구나. 잘 꾸몄네... 근데 왜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냐? 분명히 부부 자리인데..."


사실 엄마에게는 아버지 봉안당을 보여드린 적이 없다.

보여드려야 할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너무 슬프잖아....

미루고 미루다가...  바로 오늘이 그날이었다.


꽃으로 꽉 채운 아빠의 봉안함을 보고, 엄마는 왜 이렇게 좁냐고 했다.

그러게 말이다...

봉안함이 참 좁다.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고, 천국으로 가신다고 하지만...

마지막에 계실 곳이 참 좁다.


"이 꽃들 다 내가 만든 거야. 엄마 닮아서 손재주가 있잖아"

"내 딸 잘했다. 울지 말고, 안전 운전하고 집에 천천히 와."

"응 엄마. 살아주셔서... 고..... 마워... 정말 고마워..."

"내가 죽었으면, 네가 얼마나 외로웠겠냐..."

"맞아. 맞아... 그니까... 꼭 회복돼서 집에 오자."


엄마와 울면서 통화를 끝냈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후련했다.

비밀 아닌 비밀처럼.

엄마에게 말 못 했던 아빠의 이야기들을 속 터놓고 할 수 있으니까...

이것도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엄마를 살리기 위해 맘을 졸일 때....

난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뜨개질을 시작했다.

브런치를 일찍 시작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 시간은 글을 쓰는 게 참 힘들었다.

그나마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분주하게 다닌 것이 치료하는데 도움은 됐지만,

여하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집콕하고 뜨개질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만든 건.

아버지 유골함을 받혀줄 레이스 밑받침이었다.

돈 주고 살 수도 있지만 그러기 싫었다.

정성이 없어 보이잖아.

아버지 걸 만들었는데... 엄마가 또 생사의 갈림길에 계시니... 또 엄마 것도 만들고...

그렇게 시작한 것이... 이것저것 만들어보자.


모자도 만들고,

목도리와 장갑도 만들고,

손목팔찌도 만들고.

고양이 소품도 만들고...



뜨개질을 하다 보니.

코 하나만 빠져도, 다 망쳐버리는 것이...

인생을 배우게 되는 거 있지...ㅋㅋㅋㅋ


좋은 실로, 오랜 시간을 걸쳐서 만들면 완성작도 질이 좋아진다.

하지만 싸구려 실로 만들면, 몇 번 쓰고 버려야 한다.

또 덜렁거리면 대충 만들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 코를 잘못 넣은 그곳으로...

시간은 더 걸리고, 힘도 더 들고, 같은 자세로 오래 있다 보니 몸은 더 뒤틀리고. 난감한 게 한 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할까?

안된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그래서. 한코 한코를 세울 때마다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친구들 만날 때마다 주는 수제 수세미 선물^^



뜨개질을 시작하면. 이미 내 머릿속엔 완성작은 그려져 있다.

어떻게 하면 예쁘게 만들어볼까...

어렵지만 좀 더 많은 변곡을 주면, 더 예쁜 디자인이 나온다는 걸 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하나님이 뜨개질을 하시는 분이고, 난 작품이고...

가장 좋은 실로, 가장 예쁜 디자인으로

이리 꼬고, 저리 꼬고... 가장 좋은 인생을 만들어가기 위해 시련도 주시는 것이 아닐까?

(좀 억지스러운 비유인가? )

근데... 정말 난 그렇게 생각한다.

뜨개질에도 인생이 있구나...


뜨개질에 기적은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한 코 한 코 쌓아 올려야만 한다.

실력도, 기도도 하루하루 쌓듯이 말이다.



아버지 봉안함에 넣을 수국을 만드는데... 나흘이나 걸렸다.

이제 봄인데...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데...

다이소에서 사는 꽃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브런치 쓰느라고 뜨개질을 못했는데)

꽃을 좋아하는  키가 진짜 꽃인  알고 냄새도 맡아볼 정도로 정교하군^^ (만족스럽구만~~)




엄마 아빠는 항상 내 곁에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천국에..

엄마는 요양병원에..

늘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불안하진 않다.

이 시간을

주님의 손으로  붙들어주고 계심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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