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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Feb 26. 2022

083 목자와 양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 15:5-7)


'중국 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드슨 테일러 선교사님은 한때 영적인 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가 설립한 중국 내지 선교회가 활성화되면서 그의 책임이 막중해지고 그가 처리해야 할 일들도 점점 늘어나서 몸과 마음이 지쳐갔던 것이다. 심지어 바쁜 일정으로 인해 주님과의 교제를 잊을 때도 있어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인 맥카디 형제가 편지를 보냈는데 


"믿음은 구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고 미쁘신 분 안에서 쉬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15장 5절 말씀이 적혀있었다. 

테일러 선교사님은 이 말씀 속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고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예수님은 결단코 우리를 떠나시지 않을뿐더러, 우리는 주님의 몸의 일부이며 그의 살과 그 뼈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주님의 자원이 있기에 이를 감당하기에 부족할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님의 무궁한 자원은 곧 저의 것입니다." 


우리는 가지에 불과하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자신의 힘으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그러나 포도나무이신 예수님 안에 거하면 주님의 생명이 우리에게 넘쳐나서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나의 포도나무가 되신 주님께 감사하며 주님 안에서 무궁한 자원을 공급받아 열매 맺는 삶을 살기 바란다. 


<감사 QT365> 중에서 



이 말씀을 들으면... 늘 난 대학시절을 생각한다.


대학 때 기독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었다. 

신입생이 들어오면 선배들과 1:1 양육을 맺게 됐는데, 난 학교 캠퍼스 리더인 C.L. 3학년 선배의 양이 되었다. (그 선배에겐 나 말고 2학년 선배도 있었다. 그녀가 나의 교구장 목사님의 아내인 홍사모다. 세상 참 좁다^^) 우리 목자가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던졌는데, 그게 내 머릿속에 깊이 남았다. 


"열매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어. 콩 심은 데 팥 날 수는 없잖니? 너를 위해 열심히 기도할 거야, 정기예배도 빠지지 말고, 말씀공부도 잘 따라와 줬으면 좋겠어"  


그 선배의 좋은 열매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성경공부와 QT도 했고, 나중엔 캠퍼스 리더까지 됐다. 

졸업 후엔 학교에 전도사님을 대신해서 간사로 섬기며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 선배와 연락이 끊겼었는데, 홍사모 덕분에 얼마 전에 연락을 하게 됐다. 

벌써 20년이 흘렀지만, 그 선배의 목소리는 여전히 똑같았다. 차분한 말투에 성령 충만한 믿음 생활. 하나님이 참 사랑하시고 보호하시는 자녀라는 게 느껴졌다. 여전히 나는 들쑥날쑥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데 말이다.


"넌 하나도 안 변했구나... 우리 정원이... "


그 말에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 듯한 기분...


"목자를 잘 만나서, 아직도 하나님을 안 떠나고 있잖아요! 어쩔 거야. 헤헤헤헤"




나의 목자 덕에 잘 자란 나.... 그럼 나의 양은 어떨까...?

여러 양들이 있었는데, 통통 튀는 나와는 달리. 내 양들은 대부분 차분하고 논리적인 친구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생각나는 양은... 바로 내 동기가 잡아먹은 양이다. 

(믿음의 가정에서 잘 자란 아이라서 나중엔 캠퍼스 리더로, 리더 족보에 이름을 넣었더랬다)

둘이 결혼해서, 애를 둘이나 낳고 잘 살고 있다. 

작년 아버지 장례식에 찾아왔는데,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


"야... 너 왜 내 허락도 없이, 내 양을 잡아먹는데? 상처 주기만 해봐.. 가만 안 둬!"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봐라. 솔직히 훌륭한 양 덕에 목자가 편했지. 안 그래?"

"언니. 사실이잖아요..."

"뭐얏! 느그들 장례식장에서 죽고잡냐?"


다시 근심 걱정 없던 스무 살 때로 돌아간 기분... 

어느 학교나 동아리 친구들은 돈독할 테지만... 특히나 우리 학교가 끈끈했었더랬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후배가 목사님이 됐다는 얘기, 

법학을 전공했던 친구가 미국 가서 신학 공부해서 목사님이 됐다는 얘기,

우리 교회 원로목사님의 둘째 며느리인 선배님. 

그리고 바로 위 학번 선배인 홍사모.

목회자는 아니지만 평신도 선교사로 활동하는 모두들..

포도나무인 예수님 안에서 잘 자란 열매들이...

그 성령의 힘으로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신들만의 열매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가장 어리버리했고, 찌질했고,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헛소리도 늘어놓았던 내가...

좋은 목자와 좋은 양을 만남으로서 

내 신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겐 늘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었다. 아주 큰 복이다.

신앙 안에서 잘 키워주신 부모님과 믿음의 줏대가 확실한 남편.   

성령 충만한 좋은 작가 선배들과 후배. 

그들이 내 옆에 있기 때문에, 

발꿈치만 보고 따라가도, 은혜의 자리에 서게 된다. 


이 만남이 늘 축복이고 성장인 이유는 주님이 우리의 포도나무가 되시기 때문이다. 

나의 포도나무가 되신 주님 안에서 은혜를 공급받고 매일 열매 맺는 삶을 사는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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