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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Mar 08. 2022

089 작은 자에게 한 것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마 10:42)


고용형 사회혁신기업 히즈빈스의 임정택 대표는 대학 시절 사업에 성공해서 돈을 벌 생각으로 가득했다. 

출처:스브스 뉴스

그러다가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대학생 창업 교류전 참가를 계기로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 자기 또래의 학생들이 세상과 타인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에 그리스도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고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때 주님이 주신 말씀이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그때부터 그는 지극히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은 자들, 특히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돕는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마음을 가지고 한동대 도서관 내에 4명의 장애인 바리스타와 함께 창업한 히즈빈스 카페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지점을 둘 만큼 빠르게 성장했으며 고용된 장애인들도 장애 증상이 호전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와 함께 히즈빈스는 2015년 세계정신재활대회에서 우수 사례로 발표되며 국내외의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나님이 주신 소망을 품고 지극히 작은 형제와 자매를 돕고자 할 때 우리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게 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감사로 시작하는 365> 중에서 



교회 앞에서 일명 "노숙인" 분들을 자주 본다. 

처음엔 그 앞을 지나가니까 좀 드리고, 설 추석 부활절 추수감사절이면 안타까워서 드리고...

그러다 보니 좀 부담이 생겼다. 벌써 5년도 넘게 같은 장소에서 같은 분을 뵙고 있으니까... 

고개를 숙이고 계속 앉아계신다. 쭈욱... 

춥지도 않나?

화장실 가시는 걸 잠깐 봤는데, 사지는 멀쩡 하셨다. 

그런데 왜? 여기 계실까. 일하는 것보다 여기 앉아 계신 것이 수입이 괜찮은가?

이 분 말고도 교회 근처에는 여러 분이 계시는데, 

딱 봐도 장애를 가져서, 또는 '병원비 마련'을 위해 도와달라는 분 등등 많다. 


그분들을 바라보는 입장은 다양하겠지만,

그분들은 성경에 나온 성전 미문에 앉아있는 앉은뱅이 예화처럼 

말씀을 사모하시는 분들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지켜본 결과. 그냥 직업이다. 돈을 벌기 위한!


그럼 난 넉넉하지도 않은데, 왜 그 통에 돈을 넣는 거야?

예배드리고 난 뒤의  "거룩함"의 뽕을 맞은 건가? 

'당신보다 내가 나은 사람인 거 같으니까. 내가 적선하는 거야'라는 우월의식. 선민의식인가?

그래서... 결심했다

안 주기로!!.



그런데...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진 되게 추운 날. 새벽 4~5시... 그 추운 시간에, 

맨바닥에 앉아계시는... 되게 낯선 아저씨를 보게 됐다.

'저분 대단한데?' 하면서 지나치는데, 자꾸 뒤돌아보게 됐다. 엄청 추울 텐데...

예배 끝나고 나오면 새벽 5시 40분.... 

어? 계속 그 자리에 계시네? 아. 영하 10도가 넘는데, 엄청 추울 텐데. 


그다음 날 갔는데, 또 그 자리에... 그분이 앉아계셨다.

뭔 사정이 있길래 사람도 없는, 이 미명의 시간에 앉아계신 거지? 

그냥 지나치려는데. 자꾸 뒤통수가 따가웠다. 

아.. 진짜... 지갑에 딱 만원 밖에 없었는데... 이 돈을 드려 마러?


이때. 크리스마스 때인가 목사님이 설교하셨던 톨스토이의 <파파 파노브>란 동화가 생각났다.

<파파 파노브> 대략 줄거리
구두 수선공 파노브 노인은 꿈에 예수님을 오신다는 약속을 받고, 아침부터 설레어 기다린다. 
예수님은 오지 않고 추위에 떨며 일하는 청소부만 눈앞에 보인다. 그에게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는 파노브. 추위를 녹였다며 고맙다는 청소부의 인사 덕에, 그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점심이 지났는데 이상하게 예수님은 오시지 않는다. 이때 누더기 차림의 엄마와 아기에게 지나가는 걸 본 파노브는 방금 만든 빵을 먹고 가라고 하며 자신이 만든 아기신발까지 선물한다. 파노브는 아주 마음이 뿌듯해진다.  
이후 사람들도 지나다니지 않는 저녁이 됐음에도 예수님은 오시지 않는다. 거리에는 남루한 거지들만 추위에 떨고 있을 뿐... 파노브는 그들을 불러드려서 추위를 녹이고 먹을 것을 대접한다.
그날 밤 예수님이 파노브의 꿈에 나타나 말씀하신다. 내가 곧 그들이었노라 말씀한다. 
(아. 참 건조하게 줄거리도 쓰는구먼..^^)


목사님은 우리 마음이 파파 파노브와 같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딱 목사님의 목소리가 기억났다.  

그래서 빈 상자 안에 만원을 넣어드리고 돌아서는데. 고개를 파묻고 계신 그분이 고개를 들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기대했으나. 그분은 액수를 확인하고, 바로 주머니에 돈을 넣으시더라.

음...

엄마에게 전화로, 이 얘기를 해드렸다.


"잘했어. 나도 가끔 줬는데.... 그게 사람 사는 도리야."


다음 날 그분이 있으면, 말을 걸어 볼라 싶었는데.

어라... 그다음 날, 그 다음다음날.. 그 다음다음 다음날도... 그 담 주도... 그분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몰카였나? 

그럼 날 잡아서 인터뷰를 했겠지?


만 원이 아깝다는 말이 아니라.  

왜 내 눈에 보이고, 또 지갑에 있는 돈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신기하단 뜻이다.

짧은 에피소드였다면, 그래서 나에게 복권 당첨이나 길가다가 돈을 주웠다거나 그런 엔딩이 있겠지만. 

그런 건 없다. (사실 그런 기적같은 일이 좀있으면 좋겠다~~~~~~~)

그냥... 나도 섬김을 해봤다? 

그리고 진짜 뒤통수가 따가웠던 기억이 나서. 경험적인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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