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팅달 Jul 04. 2022

145 요양병원 대면면회를 하다(새찬송가419장)

내가 영원히 주의 장막에 머물며 내가 주의 날개 아래로 피하리이다(시 61:4)


윌리엄 쿠싱 목사님은 힘들게 목회 사역을 이어가던 중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데다 심각한 성대 손상까지 겪으며 말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목회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며 생명을 포기하려 할 만큼 절망에 빠졌다. 더 이상 설교를 할 수 없으니 하나님께 받은 사명도 다 끝났다고 여겼다. 하지만 쿠싱목사님은 이처럼 인생에 찾아온 커다란 비극 가운데서 다시 한번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며 기도해보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이 목사님에게 말씀하셨다.

 

"말 못 하는 입술도, 병든 네 몸도 모두 내 것이다. 내 사랑하는 아들을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게 하면서까지 내 너를 값 주고 샀노라." 


이처럼 주님은 "너는 내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며 그의 영혼을 어루만져주실 때 그는 비로소 모든 절망과 두려움에서 자유함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님만으로 만족하기 원한다고 고백하며 성령의 감동 가운데 찬송 시를 써 내려갔다. 바로 새찬송가 419장 <주 날개 밑 내가 편안히 쉬네>이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을 마주해도 주의 날개 아래 품으시고 안전하게 보호해주시는 은혜를 생각하면 감사할 수 있다. 주님의 날개 아래로 피하라.


<감사로 시작하는 365> 중에서 




내 딸 꽃교는 나의 팔을 베고 내 품에 안기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나도 모르는 나의 향기가 있다나? 그 향기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단다. 


나도 마찬가지다. 엄마의 품이 가장 좋았다. 

엄마가 옆으로 누워 잠자고 계시면, 괜히 엄마 팔을 빼내 굳이 베개 삼아 엄마에게 안겼다. 

그럼 엄마는 "아가... 왔냐..."라고 부르며, 꼭 안아주셨는데... 

포옥 안겼을 때의 그 느낌. 그리고 엄마만의 향기... 정말 좋았다.  

그 향기가 너무 그리워서, 비어있는 엄마의 집에 가서 괜히 옷장문을 열고 

엄마의 옷의 냄새를 맡아본 적도 있다. 

아직까지 남아있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너무 그리워서.... 


지난주 드디어, 요양병원 대면 면회를 했다.  

전날 병원에서 PCR음성 확인증을 보여줘야 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매번 올 때마다 유리 창문을 사이에 두고, 마이크로 얘기를 했었는데... 

엄마의 얼굴, 손을 만져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엄마를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서 안아줬다. 내 가슴 안으로 포옥 들어오는 엄마였다.


"딸, 보고 싶었어. 뽀뽀 좀 하자."


엄마의 마스크를 빼고 나도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엄마 앞으로 가져다 댔다. 내 볼에 힘없이 입술만 대는 정도의 접촉... 


"에이 엄마!! 뽀뽀는 이렇게 하는 거지! 쪼옥~~ 쪽쪽 쪽쪽"

 

엄마의 볼 이쪽저쪽에 쪽쪽쪽...  

엄마는 송곳니 두 개 쓰윽 나올 정도로 환하게 웃으셨다. (내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앞니를 부러뜨림 ㅜ)

엄마의 웃음에  그 자리에 있던 나도 남편도 간병인 여사님도 웃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엄마가 사위에게 손짓하셨다. 

남편이 몸을 가까이 하니, 엄마는 간신히 오른팔을 들고선 사위를 안아주셨다. 


"박서방. 정원이랑 잘 살아줘서! 고맙다."

"장모님이 빨리 집에 오셔야, 정원이가 웃을 수 있어요."

"아멘. 고맙고 미안하네. 바쁜데 신경 쓰게 해서..."

"일어나시기만 하세요!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예요. 장모님?"

"전도할 거야. 아직도 믿지 않은 내 친구 양수남... 교회 안 나가는 조카들... 또 내가 일어나면 교회 가겠다는 병원 사람들이 많아."

"우리 장모님, 말씀 엄청 잘하시네. 엄청 좋아지셨어요~"


낮에만 면회가 되니까... 시간이 애매해서... 진짜 오랜만에 찾아온 사위를 보고 엄마는 정말  좋아하셨다.

또 시험기간이라 집에 와 있는 꽃교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엄마는 매우 행복해하셨다. 

그렇게 애틋하게 15분.... 짧은 만남과 아쉬움의 포옹을 하시고, 

엄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셨다. 

뭐라도 입으로 드실 수 있으면, 좋아하는 음식을 사다 드리겠지만... 

콧줄로만 드시니, 그저 엄마를 안고, 함께 대화하는 정도뿐이 해드릴 것이 없어 죄송하기만 했다. 

그래도...

난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더 이상 건강했을 때의 엄마의 향기는 없다. 

대신 여사님이 병원에서 매일 소독하고, 여사님이 로션을 발라주기 때문에, 

그 로션 냄새가 엄마의 향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생각해보면, 내가 그리워했던 건 엄마의 향기가 아니었다. 

그냥 엄마의 따뜻한 품의 온기였다.

사랑한다고 안아주는 그 다정한 속삭임

그러면 세상 두려울 것이 없는 평온함이 찾아온다. 

그래서 잠도 잘 오는 것이겠지.

다시 그 온기를 느껴보고 싶다. 그게 언제쯤 일지는 모르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144 성경말씀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