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TV에 나오니, 엄마는 아이유를 애순이라고 부르셨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여드려서인지 이름을 기억하신 거다.
드라마 <추적자> 이후에 내 인생드라마가 된 <폭싹 속았수다>
내가 재밌었으니 엄마도 당연히 같은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2부 보시더니... 차라리 뉴스를 틀어달라고 하셨다.
하지만 엄마는 어디서 울었는지 전혀 공감이 안 간다고 하셨다.
애순이가 뭐가 불쌍하냐고.
본인은 전쟁 끝나고, 부산에서 옥수수가루만 먹었고
영양실조상태에서 살기 위해 일만 했다고 하시면서....
힘든 시대를 살아온 애순이가 불쌍하잖아.
그러니까 엄마도 이 드라마를 계속 보면, 아마 눈물 날 거라며 다시 틀어드렸다.
역시나 임상춘작가는 글을 잘 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졌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과 4.19- 10.26 - 5.18- 5 공화국 계엄 등등
엄숙한 사건들을 몸소 체험한 엄마로서는
드라마의 애순이는 사랑하는 남자랑
자기 자식들을 돌본 건데 그게 뭐가 힘드냐며,
오히려 울고 있는 나를 이상하게 보셨다.
음... 엄마는 직관력이 진짜 뛰어난 분이다.
드라마의 가상현실보다는 진짜 현실이 더 암흑인데... 촌철살인의 화법으로 정신 차리라고 하셨다.
내가 의도한 느낌은
엄마와 공감하면서 엄마의 어린 시절 얘기도 하며 도란도란 추억을 곱씹고 싶었던 것이었지만. 결론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버렸다.
사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 반성했다.
넷플에서 드라마가 1-4화가 떴던 그날...
나는 엄마와의 "화장실" 약속시간을 어겼다.
엄마를 침대에서 일으켜 이동변기에 앉힌 뒤
엄마의 대변을 해결해 줘야 하는데...
나는 소파에 눌러앉아서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고,
결국 나의 게으름 때문에 엄마가 매우 곤란한 상황을 겪으셨기 때문이다.
'엄마의 화장실' 약속은 매우 지치는 일이다.
화장실에서 샤워기로 비데처럼 물총을 쏴야만~
어쩔 때면 직접 손가락으로 꺼내야만~
엄마의 변비를 해결해 드릴 수 있다.
앉아서 대변을 누는 게 소원이었던 엄마.
샴푸로 머리 감고, 비누칠해서 샤워하는 게 소원이셨던 엄마는
집에 오신 뒤부터는 그 소원을 이루셨지만
이것을 매일 해드릴 순 없다.
딸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솔직히 기분 좋게, 자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엄마를 일으켜서, 다시 누이기까지 짧게는 40분, 길게는 90분...
조금이라도 딴생각을 하면 엄마가 다치시기 때문이다.
아 C...
드라마 속에 엄마를 향한 애틋함을 보며 눈물까지 흘리면서
정작 살아계신 내 옆의 엄마에겐 왜 이리 못되게 구는지....
반성 또 반성... 반성반성반성....
누가 나보고 효녀래?
난 나쁜 딸이다!!!
지금의 이 현실이 싫어서
엄마가 불쌍해서
내가 부끄럽고 못나서...
그래서
드라마를 보며 운다.
폭싹....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