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2019)
어둠을 등지고 앉아 본다.
옹졸하고, 측은하게.
후-
작은 입김에 날아든 불씨는 겁도 없다.
높이 높이 퍼져나가더니
이젠 제 몸도 못 가눈다.
타닥타닥.
벌겋게 타들어가는 모닥불을
가만히 쭈그려 앉아 보고 있으니
불이 나를 부른다.
들어와.
여긴 뜨겁지 않고, 아주 따뜻해.
너는 지금 춥잖아. 네 편이 없잖아.
같이 재가 되자. 없어져 버리자.
지글대는 속삭임에
얼굴이 붉어진다.
타오르는 갈증에 힘겹게 꼴깍 한 번.
뻑뻑해진 눈을 지그시 감아 굴려본다.
그리고 불현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불구덩이 속으로 모래를 거칠게 던진다.
칙-
굽어있던 척추를 우두득 펼쳐보고
이젠 불을 등지고 서있다.
아. 시원하다.